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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동화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행복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허황된 사람이라고 대중들로부터는 빈축을 사지만 그런 사람들의 꿈으로 인하여 세상은 맑아지고 환해진다. 러스킨이 쓴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읽은 뒤의 느낌도 이와 같았다. 마태오 복음서에는 포도밭 일꾼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포도밭 주인은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이나 늦게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사람이나 한 데나리온의 똑 같은 보수를 준다. 이런 처사는 일견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아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은 포도밭 주인의 이런 행동을 합당하다고 말씀하신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는 러스킨이 포도밭 비유에서 인용한 것인데, 노동자는 공평한 보수로 생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것은 능력과 경쟁이 최우선시..

읽고본느낌 2008.03.26

화성인과 금성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었을 때,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거나 소홀히 하고 지냈던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서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었다.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책의 내용 중에서 지금 기억나는 것은 화성인은 문제나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 자신만의 동굴로 숨어든다는 설명이었다. 반면에 금성인은 그런 화성인의 태도를 자신을 사랑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다는 쪽으로 해석해서 자꾸만 동굴 밖으로 끌어내려 한다. 금성인은 수다나 남에게 하소연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차이가 남녀간에 오해와 갈등의 씨앗이 된다.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는 동굴 속으로 숨으려는 화성인의 심리에 대해 정확히 지적한 책 내용에 무척 공감을 했다. 그 당시 동굴로의 도피는 나에게 심..

읽고본느낌 2008.03.13

소화의 사랑

동료들과 남도여행을 갔을 때 소설 의 무대인 벌교를 찾았다. 소설의 배경이 된 여러 장소들 중에 현부자네 집이 있었다. 벌교읍내와 중도벌판을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양지 바른 곳에 개인집으로서는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재현해 놓았는데, 그 옆에 모두가 화장실로 착각한 초라한 집 한 채가 있었다. 나중에 그것이 소화의 집인 줄 알고는 모두가 실소를 했다. 을 읽은 동료들이 하나같이 소화와 정하섭의 사랑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소화라는 이름난 기억날 뿐그들의 사랑에 대해서는 떠오르는 게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다시 을 꺼내 들었다. 동료들이 이념 대결보다는 사랑 이야기에 관심을 더 가졌 듯이 나 역시 이번에는 소화와 정하섭의 사랑, 그리고 쫄깃쫄깃한 겨울꼬막 맛이라는 외..

읽고본느낌 2008.03.01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해와 오해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 보았느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랑과 신앙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큰 두 거짓말. 사랑이라는 단어와 신앙이라는 단어는 묵음으로 발음되어야 옳다. 허사(虛辭)로 통용되어야 맞다. 기의를 완전하고도 정밀하게 소외시키고 있는 이 기표들.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전혀 연관 없음. 사랑이라는 해묵은 단어는, 일찍이 그리스도 이후, 이천 년 전에 유명무실해졌다. 신앙이라는 오래도록 포르말린에 절여놓은 단어 역시 마찬가지다. 바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폭풍 ..

읽고본느낌 2008.02.14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세상에는 보통사람이 흉내내기 어려운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가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를 쓴 리 호이나키다. 녹색평론사에서 최근에 나온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다시 새 빛을 보았고, 그리고 현재의 무기력한 내 모습이 그 빛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서 부끄러웠다. 리 호이나키는 1928년에 미국에서 나서 학교교육을 마치고 1951년에 도미니크 수도회에 들어간다. 9년 동안 빈민촌에서 사목활동을 하다가 푸에르토리코로 갔고, 거기서 이반 일리치를 만나 평생의 벗이 되었다. 그 뒤 칠레와 멕시코에서 생태적 삶에 대한 연구 활동을 했다. 1967년에 미국으로 돌아와 결혼을 하고,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제국주의 정..

읽고본느낌 2008.02.05

마음사전

사람을 지성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면난 지성적인 쪽에 속한다고 해야겠다. 이제껏 살아온 길이 그러했다. 감성은 애써 무시했고, 오직 이성만이 믿고 따를 만하다고 생각했다. 애초 감성이 발달하지도 않았지만,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감성의 감촉은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나 자신이 점점 감성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감성의 미묘한 촉감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고, 불분명하긴 하지만 감성이 가리키는 길에서 빛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긴다. 사람에게 존재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양면성이 바로 지성과 감성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하나는 얼음처럼 차갑고, 하나는 섬세하며 따스하다. 하나가 부성적이라면, 하나는 모성적이다. 지성이 산문이라면, 감성은 시다. 지..

읽고본느낌 2008.01.26

현대인을 위한 신 십계명

올해 인문서적 중 가장 인기를 끈 책이 리처드 도킨슨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다. 6만 부가 넘게 나갔으니까 인문학 서적으로서는 상당히 많이 판매된 셈이다. 이런 결과에는 아프카니스탄에서 인질 사태가 생기고 반기독교 정서가 팽배했던 시기와 겹쳐서 상승효과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도킨슨의 견해는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강력하며 반종교적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과 증거만을 믿고 따르는 자연과학자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위니즘의 근본주의자 같은 그의 종교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책 표제에 적혀있는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라는 말이 책의 내용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책 내용 중에 십계명이 당시의 시..

읽고본느낌 2007.11.22

보살예수(3)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 선과 그리스도교의 통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 종교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유기체와 같다. 우리는 흔히 종교를 명확한 교리나 사상체계, 그리고 뚜렷한 울타리를 지닌 공동체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상 종교는 그러한 고정된 정체성을 지닌 물체라기보다는 변하는 역사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발전해가는 역동적 실재이다. 그런 역사적 변천 과정 속에서 현대에 당면하고 있는 새로운 사건이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본격적인 만남이다. 서구 사상가들이나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은 불교를 단지 학문적 연구 대상이 아니라 깊은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진지한 종교적 대화의 상대로 관심을 갖는다. 불교 또한 마찬가지다. 그에 비하여 두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렇다 ..

읽고본느낌 2007.11.03

보살예수(2)

제 6강. 열반과 하느님나라 6-1. 현생 열반과 하느님나라 계, 정, 혜 삼학을 닦아 완전해진 인격이 도달하는 경지, 경험하는 세계 혹은 실재(reality)가 열반이다. 하느님나라가 그리스도교의 존재 이유이듯, 열반은 불교의 존재 이유이다. 열반은 탐(貪), 진(瞋), 치(痴)의 삼독(三毒)으로 대표되는 번뇌와 망상이 사라진 상태, 욕망의 불이 완전히 꺼진 상태, 즉 완전한 무욕과 평안의 상태를 가리킨다. 생사윤회의 과정이 더 이상 굴러가지 않도록 무지와 갈애와 업이 사라진 세계로서, 생사의 유전과 흐름이 완전히 정지될 때 실현되는 초월적 경지다. 고의 종식인 열반에는 유여의(有餘依) 열반, 무여의(無餘依) 열반 두 종류가 있다. 현세에서 몸을 가진 채 부처님이나 아라한이 증득하는 것이 유여의 열반(..

읽고본느낌 2007.10.25

보살예수(1)

길희성 님이 쓴 '보살예수'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3년 전에 있었던일요신학강좌에서 저자가 '불교와 그리스도교'라는 제목으로 한 강의 내용을 모은 것이다. 제목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정도로 도발적이겠지만, 책의 내용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만남을 주제로 하여 두 종교를 비교하며 공통되는 점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나로서는 불교에 대해 다시 공부하게 되고, 좀더 넓은 시각으로 그리스도교를 바라보는 데에도도움이 되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대로 교리와 사상보다는 사랑과 자비가 우리를 구원하는 힘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아래에 책의 내용을 요약, 정리해 본다. --------------------------------------------------------------------- 제 ..

읽고본느낌 2007.10.23

파피용

'파피용'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 SF 소설이다. '개미'와 '타나토노트'를 통해 베르베르의 기발한 착상과 상상력에 감탄한 바 있기에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너무 컸었던 기대 탓일까, 앞에서와 같았던 신선한 충격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읽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역시 베르베르의 이야기라는상찬을 받을 만한 내용이다. 천재 과학자 이브는 종말을 향해 치닫는 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대형 우주선 파피용을 건조한다. 크기는 길이가 32km, 지름이 500m인 원통형으로, 인공중력을 만들어 지구 환경을 재현한다. 그리고 144000명을 선발해서 2광년 떨어져 있는 미지의 행성을 향해 출발한다. 이 우주선의 추진력은 광자의 압력을 이용한 것으로 두 개의 거대한 돛이 달린 우주 범선이다..

읽고본느낌 2007.08.12

인간 폐지

C. S. 루이스의 책을 읽어 보고 싶었던 차에 동료의 책꽂이에서 ‘인간 폐지’를 발견하고 빌려 보았다. 이 책은 루이스가 1943년에 한 강연의 내용인데, 상대주의 문명을 비판하면서 교육이나 세상의 기초가 절대적인 가치 기준의 인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절대’라는 개념을 위험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행해진 인간의 만행들이 늘 그런 이름으로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상대주의보다 더 위험한 것이 어떤 면에서는 절대주의이다. 특히 종교에서 ‘절대’라는 말이 붙으면 배타적이 되고 편협해진다. 진리독점주의의 폐해는 현재도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지금 분당에 있는 한 교회에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한 봉사 단체가 탈레반에게 납치되어 나라가 시끄럽다.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 방식은 문제가 있는 것..

읽고본느낌 2007.07.24

콘스탄티누스의 비극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13권은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야기다. 기독교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콘스탄티누스 시대는 무척 중요한데, 이 시기에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되고 니케아 공의회로 지금과 같은 기독교의 틀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콘스탄티누스 개인의 역할이 지대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콘스탄티누스를 은인으로 여기며 12사도 다음의 성인으로 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콘스탄티누스 개인에 대해서는 다른 황제들과 마찬가지로 권력욕에 사로잡힌 잔인한 측면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아마 그렇지 못했다면 대제국의 황제 노릇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위인이라는 인물들의 행태가 대부분 다 그러했지만 말이다. 콘스탄티누스는 자신이 황제가 되기 위해서..

읽고본느낌 2007.07.02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김혜자 님이 쓴 책제목이다. 책을 읽어보지 않았는데도 책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가끔씩 이 말이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말이 폭력의 충동을 억제시켜 주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원래 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서양의 어느 교육철학자가 쓴 책제목인데, 그걸 김혜자 님이 인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 방법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일선 학교에서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폭력적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아이들을 지도할 때 매가 필요하냐 아니냐는 지금도 논란거리이고 각 나라마다 사정이 각기 다르다. 그리고 학교만 따로 떼어놓고 볼 수도 없다. 부모에 의한 가정폭력, 그리고 사회폭력이 존재하는 한 학교에서의 교사에 의한 체벌만 논의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렇더라도..

읽고본느낌 2007.06.22

후흑론(厚黑論)

책을 좋아하는 탓인지 나는 책선물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내가 선물을 할 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책을 주로 한다. 그만큼 책이 주고받기에 무난하기도 하고 누구나 부담 없이 좋아할 수 있는 선물이다.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서 책을 골라야겠지만 그 과정도 다른 물건에 비하여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책선물은 다른 것에 비해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수십 년 전에 받았건만 책장에 꽂혀있는 그 책을 보면 그 사람과 그때의 정황이 선명히 떠오른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내가 준 책을 보관하고 있다면 가끔씩 나를 기억해낼 것이다. 내가 선물 받은 책 중에 특이한 경우가 있었다. K가 생뚱맞게도 '마키야벨리'를 선물한 것이다. K는 나를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해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

읽고본느낌 2007.06.18

현의 노래, 칼의 노래

김훈의 소설 '현의 노래'와 '칼의 노래'를 읽었다. 미려한 문체로 소문난김훈의 글을 그동안은접하지를 못했는데, 이는 김훈에 대한 선입견도 한 원인이었다. 그분의 인터뷰를 기사나 TV로 보았을 때 지나치다 싶은 솔직성과 현실주의가 왠지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을 해석하는 그분의 견해가 옳다고 느껴지는 일면이 있지만 나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두 소설을 읽어보면서 김훈 특유의 글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바탕에 깔린 사상이랄까,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공감되는 바가 많았다. 그것을 어떤 사람은 탐미적 허무주의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삶의 비극이랄까 눈물겨움 같은 것,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애상이 두 편의 소설에 공통적으로 녹아 있었다.낭만과 서정의 포장을..

읽고본느낌 2007.06.12

비주류는 내 본능이다

서점에서 아이쇼핑을 즐깁니다. 온갖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서로 자기를 봐달라고 예쁘게 치장을 하고 줄지어 앉아있습니다. 우선은 책의 제목에 따라 조심스레 손길이 끌려집니다. 대개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만 어떨 때는 숨어있는 보물을 발견하듯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습니다. 장석주 시인이 쓴 '비주류 본능'이라는 산문집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순전히 제목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그 제목에 이끌리게 된 것은 나에게도 비주류 본능이 숨어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삶과 생각을 보면 나도 아웃사이더 쪽으로 기울어지는 편입니다.나는 내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비주류 본능을 느낍니다. 20대 때 '아웃사이더'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콜린 윌슨이라는 저자의 이름도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혹..

읽고본느낌 2007.02.22

예수와 기독교

네루는 감옥에 있으면서 딸에게 편지글 형식으로 세계사에 대한 얘기를 써보냈다. 마치 옆에 있는 딸에게 얘기하듯 대화체로 쓴 글이 '세계사 편력'이다.멀리 있는딸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인생관을 심어주며 인도 독립을 위한 전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완역본이 나와있는데 세 권의 책으로 된적지 않은 분량이다. 세계사 편력은 서구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세워주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그 내용 중에 예수와 기독교의 형성에 대해서 설명한 글이 있다. 열세 살 된 딸에게 쓴 글이니 쉽고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기독교의 핵심과 문제점은 모두 지적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는 신약 성서(Bible)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너도 얼마간..

읽고본느낌 2007.01.08

문명 불평등의 기원

근대과학과 산업혁명은 왜 유럽에서 시작되었을까?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정복했는데, 반대로 인디언들이 유럽을 정복할 수는 없었을까?같은 지구상에서 한 쪽은 문명이 번성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왜 아직도 수렵채집의 원시사회에 머물러 있을까? 이런 의문들에 대한 명쾌한해답을 말해 주는 책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다. 빙하기가 끝난 뒤부터 13000여년 간의 인류문명사이며,대륙마다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다르게 전개된 이유를 밝힌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머리 속이 말끔이 정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의 결론은 한 마디로 각 대륙 사람들이 경험한 역사가 달라진 것은 지리적,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사회에 미치는 지리적 결정론이다. 인종의 차이, 또는 타고난 ..

읽고본느낌 2007.01.04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오눌 아침,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오늘 하루가 설레었나요? 오늘 밤, 눈을 감으며 당신은 괜찮은 하루였다고 느낄 것 같나요?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그 어디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 되나요? 선뜻, "네, 물론이죠" 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이글을 선사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주변이 조금 달라져 보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세계에는 63억의 사람이 있는데 이것을 100명이 사는 마을로 축소 시킨다면, 100중 52명은 여자고 48명은 남자 입니다. 30명은 아이들이고 70명은 어른입니다. 그 중 7명은 노인 입니다. 90명은 이성애자 이고 10명은 동성애자 입니다. 70명은 유색인종이고 30명은 백인종입니다. 61명은 아시아 사람이고 13명은 아프리카 12명은 유럽 나머지 1명은 남태평양 사람입니다. ..

읽고본느낌 2006.12.26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게토(J. T. Gatto)가 쓴 ‘바보 만들기(Dumbing Us Down)'를 읽었다. 미국의 학교교육 제도와 조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인데, 우리나라 현실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프러시아에서 미국과 일본을 거쳐 수입된 학교교육의 구조적 문제점을 우리도 현재 심각하게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교육의 근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요구한다. 책의 내용이 어떤 사람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특히 사회 주류를 이루고 있는 ‘똑똑한 바보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게토는 현재 대다수 학교의 교육과정은 ‘바보 만들기 과정’에 불과하다고 선언한다. 책 내용의 몇 부분을 인용해 보았다. 학교교육을 더 많이, 더 잘 받은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 ..

읽고본느낌 2006.10.24

행복한 이기주의자

이 시대의 화두 중 하나가 ‘행복’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제 얼마큼은 빈곤에서 벗어나고 먹고살만해지니까 삶의 질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도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며칠 전에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욕심 많은 사람들의 물질 추구를 통해 느끼는 만족도 행복의 범주에 들 수 있는지 논란이 있었다. 동료들은 그것도 행복이라 할 수 있다고 했고, 나는 계속 갈증을 느끼게 되는 그런 심적 상태는 행복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했다. 나는 행복이란 기본적으로 존재론적인 깨달음과 연관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읽었다. 요즈음 쏟아져 나오는 행복을 주제로 하는 책 중의 하나로 내용도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

읽고본느낌 2006.10.23

마시멜로 이야기

옆의 동료가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을 권한다. 마시멜로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하면서.... 목차를 살펴보니 성공이라는 단어가 제일 많이 눈에 띄어 별로 탐탁치 않았으나 그래도 삶의 작은 지혜나마 들어있지 않을까 싶어 읽어 보았으나 많이 실망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내가 보기에 세속적 성공 지향의 처세술에 관한 그저 그런 책에 불과하다.어찌 보면 이 시대에 통용되는 가치관과 어울리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고 베스트 셀러가 되는가 보다. 그러나 삶에대한 진지한 고뇌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책의 짜임도 사장이운전 기사에게 돈을 많이 벌고 출세를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어드바이스를 하는 내용이다. 책의 원어 제목이 'Don't Eat the Marshmallow..

읽고본느낌 2006.10.17

정의를 위한 주님의 기도

자선 행위가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는 것이라면 사회 정의는 그 구조를 변화시켜 지나치게 빵을 많이 갖는 사람도, 빵을 얻지 못하는 사람도 없도록 하는 것이다. 만연히 이웃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자선 행위라면 구체적으로 인종 차별을 다루는 것이 사회 정의이다. 전쟁의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 자선 행위라면 전쟁을 유발하는 궁극적 요인을 지닌 세계의 질서를 바꾸는 것이 사회 정의이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돕도록 유도하는 것이 자선이라면 가난한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 정의다. 제도적 이해가 중요한 것은 개인적으로 좋은 사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윤리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개인으로서 살 수 있다(교회에 잘 나가고 기도하며,..

읽고본느낌 2006.09.05

촘스키와의 대화

"미국 정부가 원인 제공을 했으므로 테러의 근본적인 책임은 미국 정부에 있으며, 만약 미국 정부가 국제법 절차에 따라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이야말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희생시키는 테러 집단이다." 이 말은 9. 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한 촘스키(N. Chomsky)의 말이다. 테러 직후 미 전역이 경악과 분노에 휩싸이고 전세계 언론과 지식인들이 한 목소리로 테러에 대한 성토를 하고 있을 때, 보복을 반대하며 미국의 책임을 강조한 촘스키의 메시지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와 같이 촘스키는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양심'으로 불린다. 전공은 언어학이지만 그분의 관심은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세상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집중되고 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세상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

읽고본느낌 2006.07.18

아담을 기다리며

‘하버드의 수재 학생부부인 마사와 존 베크가 본의 아니게 두 번째 아기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들의 생활은 고통과 절망의 연속이 되었다. 머리 좋고 야심적인 젊은 엘리트로서 학문적, 사회적 성공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거의 미치광이처럼 맹렬하게 학업 경쟁에 몰두하고 있던 이 박사학위 후보자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재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임신 수개월 후 산과 검사 결과 뱃속의 아기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버드의 교수, 학생, 의사들은 한결같이 이들에게 장래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임신중절을 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경고하였다. 그러나 베크 부부는 그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또 그들 자신 내부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태어나게 해야..

읽고본느낌 2006.06.13

신의 역사

카렌 암스트롱이 쓴 ‘신의 역사’를 읽었다. 부제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의 4000년간 유일신의 역사’로 되어 있듯이 세계의 대표적 유일신교인 세 종교의 신 관념의 변화를 서술한 책이다. 두 권으로 된 두꺼운 책이지만 흥미 있게 읽었고,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종교인, 특히 우리나라의 기독교인이 꼭 한 번씩 읽어보았으면 싶은 책이다. 저자는 ‘신 자체’와 ‘신 관념’이 엄격히 구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신 관념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그 관념들이 상징하는 실재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나도 이 점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이다. 이 사실을 혼동하거나 착각함으로써 종교적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 신의 관념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해왔으며 어쩌면 시대적 욕구에 부응..

읽고본느낌 2006.06.06

용서의 능력

최근에 읽었던 ‘용서’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흑백 인종 갈등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흑인 해방 운동 단체에 의해 수류탄 공격을 당한 한 백인 여성이 있었다. 지금도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무차별적인 공격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그 공격으로 그녀의 많은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녀 역시 장기간 중환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생명은 구하고 퇴원했지만 다른 사람이 그녀를 목욕시켜 주고, 옷을 입혀 주고, 음식을 먹여주어야 했다. 그녀의 몸속에는 아직도 많은 수류탄 파편이 박혀 있다. 과거사 진실 규명 위원회에 출석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사건은 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었어요.” “가해자를 만나고 싶군요. 용서하는 마음으로 ..

읽고본느낌 2006.04.11

에버렛 루에스

에버렛 루에스(Everett Ruess)는 1914년 미국 오클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재주가 뛰어났는데,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을 들어가지만 거짓으로 가득 찬 인간 세상에 환멸만을 느낍니다. ‘영원한 자유의 영혼이 되어 세상을 떠돌고 싶었던 내가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철창이 없는 감옥, 나는 이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주위엔 온통 길들여진 사람들뿐이다. 거짓말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뻔뻔스런 얼굴이다. 어쩌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자체를 깨닫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도시가 싫다. 거짓말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는 문명 세계 대신에 자연의 품을 택합니다. 자연 속에서의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던 그는 결국 19..

읽고본느낌 2006.01.08

슬로 라이프(4)

- 땅에서 나고 땅으로 돌아가는 인생을 닮은 집. 슬로 하우스(slow house) 개념으로 요사이 주목받는 것이 스트로베일 하우스(straw-bale house)다. 이 집은 짚으로 만든 블록을 쌓아서 짓는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최근 몇 년 사이 북미나 호주 등지에서 궁극의 친환경 주택으로 불리며 크게 각광받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발군의 단열성이다. - 맛도 좋고, 영양도 좋고, 환경에도 좋다는데.... 잡(雜)이야말로 21세기의 중요한 키워드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잡초, 잡목림, 잡곡, 잡종.... 이 모든 것들은 앞으로의 1차산업에서 재인식되어야 할 말들이다. 특히 미래의 음식문화에서는 잡곡을 빼 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 먹어야 한다면 줄이기라도 하자. 육식 예찬의 이데올로기에서 ..

읽고본느낌 200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