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2 2

제일 추웠던 날

오늘 아침은 영하 20도로 떨어졌다. 올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이었다. 이날 고등법원 항소심 법정에 불려 나갔다. 마음마저 오슬오슬 떨렸다. 바로 옆에는 가정법원이 있었다. 가정법원은 대부분이 이혼소송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그쪽 법정 구경도 했다. 특이하게 거의 모두가 다문화가정과 관련되어 있었다. 법원에 들락거리는 사람, 어느 하나 사연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사는 게 뭔지, 사건 당사자가 되어서 법정에 출두해 느껴보는 심정은 착잡하고 묘했다. 벌써 3년째다. 글쎄, 지금에 이르러 내가 느낀 건 연민이다. 높은 단상에 앉아 있는 판사도, 억울해하는 항소인도, 그리고 나 자신도 불쌍하긴 마찬가지다. 내가 무엇을 변론하고, 누가 누구를 판단한단 말인가. 거기서 거대하고 막막한 시스템의 벽을 느낀다. 그..

사진속일상 2012.02.0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아내는 불면증을앓고 있다. 4년 전 뇌수술을 받은 뒤 더 심해졌고, 작년에 딸을 시집보낸 전후로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그때는 수면제도 약발이 듣지 않았다. 밤을 꼬박 새우는 날이 흔했다. 본인의 고통이야 말할 필요가 없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심정도 무척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다행히 해가 바뀌면서 요사이는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 이젠 가끔 수면제를 이용할 뿐 전에 비하면 수월하게 잠이 드는 편이다. 그래도 두세 시까지는 침대와 거실을 왔다갔다한다. 잠드는 게 전쟁이다. 반면에 나는 잠이 너무 많다. 하루에 아홉 시간 넘게 잠을 잔다.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는데 나는 아침 여덟 시가 넘어야 눈을 뜬다. 아내가 자야 할 잠을 내가 다 뺏어온 것 같다. 어제는 저녁 운동을 다녀온..

길위의단상 201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