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영하 20도로 떨어졌다. 올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이었다. 이날 고등법원 항소심 법정에 불려 나갔다. 마음마저 오슬오슬 떨렸다. 바로 옆에는 가정법원이 있었다. 가정법원은 대부분이 이혼소송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그쪽 법정 구경도 했다. 특이하게 거의 모두가 다문화가정과 관련되어 있었다. 법원에 들락거리는 사람, 어느 하나 사연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사는 게 뭔지, 사건 당사자가 되어서 법정에 출두해 느껴보는 심정은 착잡하고 묘했다. 벌써 3년째다. 글쎄, 지금에 이르러 내가 느낀 건 연민이다. 높은 단상에 앉아 있는 판사도, 억울해하는 항소인도, 그리고 나 자신도 불쌍하긴 마찬가지다. 내가 무엇을 변론하고, 누가 누구를 판단한단 말인가. 거기서 거대하고 막막한 시스템의 벽을 느낀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