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며 언덕길에서 별을 본다 별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별은 그저 자기 할일을 하면서 반짝반짝하는 거겠지만 지구가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같아서 내가 혼자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 같아서 그렇다 눈에 닿는 별빛이 몇만 년 전에 출발한 것이라든지 그 별이 이미 폭발하여 우주 속에 흩어져버린 것일 수도 있다든지 보이저가 가보니까 토성의 위성은 열여덟 개가 아니라 사실은 스물한 개였다든지 그런 걸 알아도 그렇다 오히려 나도 다음 生에는 작은 메탄 알갱이로 푸른 해왕성과 얼켜 천천히 돌면서 영혼의 기억이 지워지는 것도 좋겠다 싶다 누군가 열심히 살고 있는 작은 사람 같아서 가족의 식탁에 깨끗이 씻은 식기를 늘어놓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큰 냄비를 가운데 내려놓는 여자 같아서 별은 다정하다 - 별은 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