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4 2

서대문독립공원 홍매

산청의 정당매(政堂梅)가 고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고매화(古梅花)를 감상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 서대문독립공원을 산책하다가 홍매를 만났다. 탐매 행렬에 끼여 남녘까지 달려가진 못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매화도 색달랐다. 어쩜 색이 이리 고울 수 있을까. 매화는 가까이서보다는 약간 떨어져서 볼 때 더 운치 있다. 눈이라도 살포시 덮인다면 금상첨화이리라.

꽃들의향기 2014.03.24

풍경(31)

흰 그림자.... 흑백필름을 현상하면 음영이 거꾸로 되어 나타난다. 거기에 빛을 비추어야 우리가 정상이라고 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림자가 꼭 검어야 할 당위는 없다. 뒤집힌 세계 역시 하나의 세계다. 필름의 기억이 떠올라 재미삼아 음영을 바꾸어 보았다.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으로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

사진속일상 201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