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에서 저녁 모임이 있는 날, 청계산을 거쳐서 가기로 하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날이었다. 그러나 기분은 우울했다. 너무 맑은 날씨가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그 아이를 깨운 지도 몰랐다. 청계산은 휴일이면 등산객으로 북적대는 산이다. 다행히 정오 즈음의 시간이라 사람들의 소란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적을 길을 골라 걸었다. 산길을 걸으면서 안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느껴졌다. 산다는 게 꼭 난해한 고등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마주하고 끙끙 씨름하는 안타까움, 우리는 모두 애당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받아든 수험생인지도 모른다. 누구는 쉽게 풀었다고 큰소리치지만, 오답을 내놓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