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일이 닥치면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분노하게 되고, 그 뒤에는 우울증이 찾아온다. 암 판정을 받았을 때도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사회적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몇 주째 허탈과 우울증에 빠져 있다.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는 설마 그랬을까, 라고 생각했다.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분노하게 되고, 그 뒤로 우울증이 찾아왔다. 지금은 화를 내기도 지쳤다. 가슴이 답답하고 무기력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십 년 넘게 블로그를 하면서 거의 매일 글을 올렸다. 집에 있으면서 컴퓨터를 열지 않은 적은 드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리가 텅 빈 듯해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다. 바깥나들이도 귀찮다.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