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 25

논어[218]

선생님 말씀하시다. "실로 제 자신을 바르게 가지면 정치하는 것쯤 문제가 아니야! 제 자신을 바르게 갖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바르게 한담!" 子曰 苟正其身矣 於從政乎 何有 不能正其身 如正人 何 - 子路 11 공자님 말씀이 꼭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두고 하신 것 같다. 수신(修身)도 안 되는 인물이 나라의 지도자가 될 때 어떤 코미디가 벌어지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1991년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도자가 마음이 바르지 못할 때 나라에 망조가 드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녀는 이 말이 자신에게 해당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6.10.29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명료한 의식으로 죽음과 대면하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죽기 직전까지 건강한 심신이 유지되면 더할 나위 없지만, 몸은 병들어도 정신만은 분별력을 지녔으면 좋겠다. 그래서 죽음이 찾아오는 과정을 냉철하게 관찰하고 싶다. 이 책을 쓴 영국 작가인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가 바로 그러했다. 1949년생인 히친스는 식도암에 걸려 2011년에 세상을 떴다. 1년 반 정도 첨단 의료의 도움을 받으며 치료를 받았지만 인간의 운명은 어찌 할 수 없었다. 그는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는 죽음을 맞이하는 한 무신론자의 자기 고백이다. 원 제목은 다. 죽을 운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읽힌다. 히친스는 병에 걸려서도 뛰어난 문장력과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 ..

읽고본느낌 2016.10.28

슬픔 / 정현종

세상을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다 영원한 건 슬픔뿐이다 덤덤하거나 짜릿한 표정들을 보았고 막히거나 뚫린 몸짓들을 보았으며 탕진만이 쉬게 할 욕망들도 보았다 영원한 건 슬픔뿐이다 - 슬픔 / 정현종 37년 전 오늘 박정희와, 37년 뒤 박근혜의 지금 상황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설마 그런 일이, 라고 누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높으신 분이 화를 내더니 며칠만에 현실이 되었다. 분노와 허탈 뒤에는 늘 슬픔이 찾아온다. 무엇보다 깜냥도 못 되는 것들에 의해 한 나라가 통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막힌 머리와 탕진만이 쉬게 할 욕망이 결합하면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보고 있다. 돌아보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의 선택이었다. "영원한 건 ..

시읽는기쁨 2016.10.26

적상전망대 단풍

전주에 가는 길에 적상전망대에 들렀다. 무주에 있는 적상산(赤裳山, 1,029m)은 정상 부근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데, 위에는 무주양수발전소의 상부 댐과 전망대가 있다. '적상'이라는 이름이 말하듯 가을 단풍이 유명한 산이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안국사 산길은 걸어보지 못하고 전망대와 댐 주변 길을 잠깐 산책했다. 댐에 물이 완전히 빠져 있어 단풍 풍경이 살아나지 못했다. 때가 안 맞았는지 단풍도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너무 손쉽게 가을 단풍 맛을 보려 한 것 같다. 적상전망대. 적상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댐 주변 산책로에서 본 단풍. 적상산에는 고려 때 축조된 적상산성과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적상산사고지(赤裳山史庫地)가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사진속일상 2016.10.26

논어[217]

선생님 말씀하시다. "'선인(善人)이 나라를 다스리되 백 년이 되면, 아마 폭력도 이겨내고, 사형도 없앨 것이다'라 하는데, 참으로 옳은 말인가 보다." 子曰 善人爲邦百年 亦可以勝殘去殺矣 誠哉 是言也 선생님 말씀하시다. "왕 노릇하는 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한 세대가 지나야 사람 구실들을 다하게 될 거야." 子曰 如有王者 必世而後仁 - 子路 10 여기서 백 년은 굉장히 긴 세월을 뜻하는 것이리라.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탄식으로 들린다. 폭력과 죽임이 없는 세상은 인간이 꿈꾸는 유토피아다. 공자는 늘 요순시대를 소망한 현실 정치가였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란 걸 말년이 되면서 점점 깨달아 간 것 같다. 공자 사후 이천 년이 넘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삶..

삶의나침반 2016.10.22

내가 왜 이러지

며칠 전 기원에서 바둑을 둘 때 어리둥절한 장면과 맞닥뜨렸다.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한 노인이 세면대에 소변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 황당해서 고추가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확인을 했다. 그 노인은 옆에서 바둑을 두던 노신사라고 불러도 될 멀쩡한 사람이었다. 모르고 그러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상황이 전혀 분간되지 않았다. 그래도 못 본 척할 수 없어서, 여긴 세면댄데요, 라고 조심스럽게 한마디 했다. 그러자 노인은, "어, 내가 왜 이러지?"라며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부리나케 바지를 추스르고 세면대를 씻기 시작했다. 그리고 "늙으면 어쩔 수 없어"라는 말만 반복했다. 당사자는 얼마나 민망할까를 생각하니 차차 그 노인에게 연민이 생겨났다.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

길위의단상 2016.10.21

고마리(3)

너무 흔해서 별 신경을 안 쓰지만 자세히 보면 참 곱고 예쁜 꽃이다. 덩달아 잎도 멋지다. 세상의 어느 보석이 이만큼 아름다울까 싶다. '고마리'의 어원이 '고마운 이'라고 한다. 물이 있는 곳에서 잘 자라는 고마리는 수질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세상을 맑게 변화시키는 고마운 이다. 누가 ID를 만든다면 '고마리'를 추천해주고 싶다. 특별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유익이 되는 존재가 고마리다.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더욱 사랑하게 되는 꽃, 고마리다.

꽃들의향기 2016.10.20

기본수법사전

최근에 본 바둑책이다. 일본의 후지사와 슈코 기성이 썼는데 두 권으로 되어 있고 총 1천 페이지에 달한다. 다 보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 상권은 공격과 수비의 급소를 다루고 있고, 하권은 포석, 공격, 사활, 종반의 수법을 담고 있다. 원저의 내용이 상당히 좋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바둑 모양에서 급소가 어디인지 아는 능력을 키우는 데 알맞은 책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급소를 무시한다면 '바둑의 진(眞)에서 눈을 돌리고, 바둑의 선(善)에 등을 대고, 바둑의 미(美)를 더럽히는 것이 된다'고까지 말한다. (오성출판사)의 단점은 번역이 엉망인 점이다. 바둑의 기초 용어도 모르는 사람이 번역한 것 같다. 아니면 자동번역기를 돌리고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출판한 것 같다. 우리나라 바둑계 현실이 이렇다...

읽고본느낌 2016.10.19

부지깽이 / 이문구

시골집 나뭇간엔 작대기감도 말뚝감도 안 되어 그냥 노는 막대기가 많은데 어느 날 부지깽이가 되면 부뚜막에 오른 개 엉덩이도 때려 주지만 불을 때며 아궁이를 들락거리며 불땀 없는 땔감을 괄게 태우고 잉걸불 끌어내어 화로에 담으면서 제 몸을 태우고 또 태우고 해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다가 드디어 아궁이에 던져져서 불덩이가 되곤 했지 - 부지깽이 / 이문구 고향집 사랑방은 지금도 아궁이에서 불을 때 난방을 한다. 마당에는 어머니가 해 놓은 나뭇더미가 가득하다. 내려가면 군불을 넣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예 내 담당이 되었다. 옛날과 달라진 점은 성냥 대신 일회용 라이터를 쓰고, 부지깽이보다도 철로 된 집게를 더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부지깽이가 없어서는 안 된다. 부지깽이를 쥘 때는 어린 시절을 내 손에..

시읽는기쁨 2016.10.18

세 가지 불행

송나라 때 철학자로 정이(1033~1107)란 분이 있다. 중국 성리학의 기초을 놓은 분이라는데, 후세에 남긴 잘 알려진 글이 있다.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다. 少年登科 席父兄弟之勢 有高才能文章 人生三不幸 소년 시절에 과거급제하고, 부모 형제의 권세가 대단하고, 재주와 문장이 뛰어난 것, 이것이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이다. 삶의 늘그막이 되어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아마 젊은이는 공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금수저로 태어나느냐, 흙수저로 태어나느냐에 따라 삶이 거반 결정되어 버리는 요즈음 같은 시대는 더욱 그렇다. 아마 정이가 살았던 송나라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까 이런 말을 남긴 것이리라. 정이는 왜 이 세 가지를 불행이라고 했을..

참살이의꿈 2016.10.17

강원도(3) - 묵호 등대마을

가을 하늘이 맑게 열린 날, 손주를 데리고 묵호항의 등대마을을 찾았다. 등대마을은 등대가 있는 바닷가 언덕에 있는 마을인데 최근에 새롭게 단장했다. 아직도 일부는 공사중이다. 집은 원색으로 단장하고 벽화도 그렸다. 벽화를 '담화(談畵)'라 부르고, 동네를 따라 난 꼬불꼬불한 골목길은 '논골담길'이라 한다.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경치 좋은 곳에는 카페도 있다. 전에는 달동네였을 텐데 등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는 관광 수입을 올리고, 외지인에게는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런 사업들이 지자체의 지원 아래 펼쳐지고 있다. 묵호등대는 높이 12m로 1963년에 건립되었다. 여기서 쏘는 불빛은 42km 떨어진 곳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등대마을의 중심이 이 묵호등대다. 이 날은 하늘이..

사진속일상 2016.10.17

강원도(2) - 청옥산

만경대의 아쉬움을 달래려 동해시에 있는 청옥산(靑玉山)을 찾았다. 그러나 이날도 역시 무모한 도전이었다. 해발 1,404m인 청옥산을 너무 우습게 본 탓이었다. 때문에 고행의 산길이 되었다. 무릉계곡에서 오르는 청옥산이 경사가 이렇게 급할 줄은 몰랐다. 다른 산의 깔딱고개가 네 시간 내내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한 번의 쉴 틈도 없이 가파른 길이 능선을 따라 계속 되었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무려 여섯 시간이 걸렸다. 내려온 연칠성령 코스도 마찬가지여서 중간쯤에서부터는 다리에 통증이 찾아왔다. 해는 서쪽으로 지는데 못 내려가는 줄 알고 엄청 긴장했다. 나중에는 다리를 질질 끌며 하산했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상가 전등에 불이 들어오고 사위는 어둑해졌다. 올라가는 길에 딱 한 번 나타난 전망. 맞은편 ..

사진속일상 2016.10.16

논어[216]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기만 한다면 한 달만이라도 좋다. 삼 년이면 성공할 수 있고...." 子曰 苟有用我者 朞月而已可也 三年有成 - 子路 9 공자님 말씀이니 허풍일 리는 없고 옛 사회는 그만큼 단순했는지 모른다. 현대라면 어림없는 일이다. 우선 나라의 규모나 복잡도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보다 나라를 망치는 일이 훨씬 쉽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다. 허물어진 것을 수습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자면 몇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5년 임기의 대통령제에서는 잘못하다가는 앞 정권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임기를 다 보낼 수도 있다. 내년에 정권 교체가 된다 하더라도 그게 걱정이다. 공자는 자신의 뜻을 펼 나라를 찾아 14년 유랑 생활을 했다. 그러나 아무..

삶의나침반 2016.10.15

강원도(1) - 주전골

오색 만경대가 1968년에 폐쇄된 이후 48년 만인 10월 1일부터 한시적으로 개방되었다. 주전골을 따라 올라가 만경대를 통해 내려오는 약 5km의 순환 코스다. 사람이 몰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평일에 단풍철을 피했으니 설마 들어가지 못하랴 싶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주차 전쟁으로 시작해서 기차놀이 하듯 줄지어 올라갔다가 인파에 밀려 결국 만경대 입구에서 되돌아왔다. 입장하는 데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름 난 데는 가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덕분에 설악산 주전골에 다녀왔다. 오래 전 아내와 점봉산에 오를 때 주전골을 통과한 이후로 27년 만이다. 너무 예전 일이라 기억에는 별로 남아 있는 게 없다. 그러나 성국사에서 스님이 휘파람을 부니 산새가 날아와서 손바닥에 앉는 광경을 신기하게 바..

사진속일상 2016.10.15

난 좌파가 아니다 / 신현수

비 내리는 날 낡은 유모차에 젖은 종이박스 두어 장 싣고 가는 노파를 봐도 이제 더 이상 가슴 아프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네온 불 휘황한 신촌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 온몸을 고무로 감고 사람의 숲을 뚫고 천천히 헤엄쳐가는 장애인을 봐도 이제 더 이상 가슴 저리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천일 가까이 한뎃잠을 자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봐도 이제 그 이유조차 궁금하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제초제를 마시고 죽은 농민을 봐도 몸에 불 질러 죽은 농민을 봐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으므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난 좌파가 아니다 - 난 좌파가 아니다 / 신현수 한번도 좌파 소리 들어보지 못하고 산 게 후회스러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큰소리 치다가는 좌..

시읽는기쁨 2016.10.10

안녕, 나의 모든 하루

근래에 재미있는 동시를 발표해서 새롭게 보게 된 가수 김창완 씨가 펴낸 책이다. 김창완 씨는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많은 명곡과 노랫말을 탄생시킨 분이다. 그리고 라디오 진행자로, 배우로, 시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신다. 무척 다재다능하신 분이다. 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책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걸 일깨워준다. 주로 한강변을 자전거로 지나며 만난 풍경들 이야기가 많다. 멀리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감수성이란 늘 지나는 길에서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글은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것 같다. 그 중에서 '벗어나기'라는 글이 있다. 가끔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읍시다. 일상의 무게, 욕망의 덫, 근심의 추를 잘라버리고 닻줄처럼 나..

읽고본느낌 2016.10.10

박물관 산책

전 직장 동료 두 분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정례적으로 만나던 모임이 흐지부지되고 고작 셋이 모였다. 그것도 1년 반만이었다. 한 분은 여전히 여일한 생활이고, 다른 분은 손주 때문에 삶이 확 바뀌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젊게 사신다는 점이다. 생각이 젊다는 건 옆 사람에게도 생기를 준다. 국립박물관 뜰을 산책하고, 삼각지까지 서울 거리를 걸었다. 쌀쌀해진 맑은 가을날이었다. 도중에 설렁탕으로 점심을 하고,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전쟁기념관까지 한 바퀴 둘러본 다음 헤어졌다. 오랜만의 만남인데 컨디션이 좋았으면 저녁 맥주가 곁들여졌을 것이다. 그런 것이 나이 든 뒤의 달라진 점이다. 마침 한글날이어서 한글박물관도 의미 있게 관람했다. 만약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

사진속일상 2016.10.10

서울둘레길 걷기(19)

드디어 서울둘레길 걷기의 마지막 구간이다. 작년 3월에 시작했으니 한 바퀴 도는데 1년 반이 걸렸다. 첫 걸음을 시작했던 다섯 명이 끝 걸음도 함께 했다. 나 혼자였다면 한 달에 마칠 수도 있었겠지만 긴 기간을 함께 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종점인 도봉산역 부근에서 막걸리로 완주를 자축했다. 서울둘레길은 여덟 코스에 전체 길이 157km다. 1코스 수락불암산 18.6km 2코스 용마아차산 12.6km 3코스 고덕일자산 26.1km 4코스 대모우면산 17.9km 5코스 관악산 12.7km 6코스 안양천 18.0km 7코스 봉산앵봉산 16.6km 8코스 북한산 34.5km 걸어보니 각 코스마다 특징이 있고 걷는 맛이 다양하다. 주로 산길로 되어 있지만 강변이나 마을도 지난다. 그중에서도 1, 4, 5코스가 ..

사진속일상 2016.10.08

10월 태풍 차바

18호 태풍 '차바(CHABA)'가 우리나라를 지나갔다. 10월에 찾아온 태풍으로는 가장 강력했다. 제주도와 남해안을 따라 지나가며 사망 실종 10명에 많은 재산 피해를 입혔다. 폭우와 강풍이 대단해서 제주도에서는 순간풍속이 47m/s를 기록했다. 역대급 태풍으로 이름이 남을 것 같다. 10월 태풍으로는 이례적이다. 강력했지만 소형이고 이동 속도가 빠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경인 지방에서는 태풍의 영향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잠깐 가는 비가 내리기만 했다. 남부 지방의 피해가 컸다. 차바는 9월 28일에 발생해서 10월 6일에 삿포로에서 소멸했다. 태풍 경로도 10. 4. 12:45 10. 4. 18:45 10. 5. 00:45 10. 5. 06:45 10. 5. 12: 45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

길위의단상 2016.10.06

2016 그리니치 천체사진

매년 그리니치 천문대에서는 천체사진을 공모하여 시상한다. 얼마 전에 올해의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대상은 개기일식을 연속 촬영한 '베일리의 목걸이(Baily's Beads)'가 차지했다. 아이디어가 참신한 작품이다. 언제 보아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하는 우주의 풍경을 소개한다. (1) 태양 부문 1등, Baily's Beads * Yu Jun(China) * Canon 5D Mark2 + Sigma DG OS HSM 150-600mm f/5-f/6.3 lens, 600mm f/10 at ISO 100 with multifle 1/1600 second * '베일리의 목걸이(Baily's Beads)'란 개기일식이 일어나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기 직전에 좁은 초승달 모양의 태양빛이 달 가장자리의 불규칙한 ..

길위의단상 2016.10.05

논어[215]

선생님이 위나라에 갔을 때 염유가 수레채를 잡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들이 많군!" 염유가 물었다. "많아졌으니 그 다음은 어떻게 해 줄까요?" "부를 누리도록 해야지." "부를 누리게 된 후에는 어떻게 해 줄까요?" "가르쳐야지." 子 適衛 염有僕 子曰 庶矣哉 염有曰 旣庶矣 又何加焉 曰 富之 曰 旣富矣 又何加焉 曰 敎之 - 子路 8 평소 배움을 강조하는 공자지만 실제 나라를 경영하는 데는 3순위로 밀려난다. 첫째가 인구, 둘째가 경제, 세 번째로 가서 교육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인 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정치인 공약의 첫 번째가 항상 '민생'이다. 지금은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와 비..

삶의나침반 2016.10.04

그림 / 신경림

옛사람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때가 있다 배낭을 맨 채 시적시적 걸어들어가고 싶은 때가 있다 주막집도 들어가 보고 색시들 수놓는 골방문도 열어보고 대장간에서 풀무질도 해보고 그러다가 아예 나오는 길을 잃어버리면 어떨까 옛사람의 그림 속에 갇혀버리면 어떨까 문득 깨달을 때가 있다 내가 오늘의 그림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나가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두드려도 발버둥쳐도 문도 길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오늘의 그림에서 빠져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배낭을 메고 밤차에 앉아 지구 밖으로 훌쩍 떨어져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 그림 / 신경림 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그림 속 사람이 현실로 튀어나왔다 들어가곤 하는 내용의 영화가 있었다. 이런 건 판타지 영화에서 잘 써먹는 수법이다. '타임머신'이라는 이름 때문에..

시읽는기쁨 2016.10.03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한 소설가 이상운 씨의 간병 기록이다. 80대 후반의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고열로 시작해 섬망 증세를 보이며 병원 신세를 지는 환자가 되었다. 서울에 있던 아들은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포항 고향집으로 내려온다. 돌아가시기까지 3년 반 동안 병든 아버지와 동행하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통의 현장과 함께 한다. 요양원 대신 집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수년을 지킨 행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가 병원이나 요양원을 싫어한 것도 한 원인이겠지만, 가족을 서울에 남겨 두고 혼자 고향에서 아버지를 모신 것만으로도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지은이는 그 과정에서 삶과 노화와 질병과 죽음,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많은 배움과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한다..

읽고본느낌 2016.10.02

안곡서원 은행나무

서원과 은행나무는 잘 어울리는 짝이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안곡서원 앞에도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다. 수령이 400여 년으로 추산되는데 서원의 설립과 비슷한 시기에 생을 시작했다. 안곡서원은 1668년에 지방 유림들이 박세희(朴世熹)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없어졌다가 1976년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는 높이가 45m, 줄기 둘레는 7.5m에 이른다. 서원에서는 항상 정면에 이 나무가 보인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보며 행단(杏壇)의 의미를 되새겼을 것이다.

천년의나무 201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