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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좌파가 아니다 / 신현수

비 내리는 날 낡은 유모차에 젖은 종이박스 두어 장 싣고 가는 노파를 봐도 이제 더 이상 가슴 아프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네온 불 휘황한 신촌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 온몸을 고무로 감고 사람의 숲을 뚫고 천천히 헤엄쳐가는 장애인을 봐도 이제 더 이상 가슴 저리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천일 가까이 한뎃잠을 자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봐도 이제 그 이유조차 궁금하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제초제를 마시고 죽은 농민을 봐도 몸에 불 질러 죽은 농민을 봐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으므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난 좌파가 아니다 - 난 좌파가 아니다 / 신현수 한번도 좌파 소리 들어보지 못하고 산 게 후회스러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큰소리 치다가는 좌..

시읽는기쁨 2016.10.10

안녕, 나의 모든 하루

근래에 재미있는 동시를 발표해서 새롭게 보게 된 가수 김창완 씨가 펴낸 책이다. 김창완 씨는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많은 명곡과 노랫말을 탄생시킨 분이다. 그리고 라디오 진행자로, 배우로, 시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신다. 무척 다재다능하신 분이다. 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책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걸 일깨워준다. 주로 한강변을 자전거로 지나며 만난 풍경들 이야기가 많다. 멀리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감수성이란 늘 지나는 길에서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글은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것 같다. 그 중에서 '벗어나기'라는 글이 있다. 가끔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읍시다. 일상의 무게, 욕망의 덫, 근심의 추를 잘라버리고 닻줄처럼 나..

읽고본느낌 2016.10.10

박물관 산책

전 직장 동료 두 분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정례적으로 만나던 모임이 흐지부지되고 고작 셋이 모였다. 그것도 1년 반만이었다. 한 분은 여전히 여일한 생활이고, 다른 분은 손주 때문에 삶이 확 바뀌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젊게 사신다는 점이다. 생각이 젊다는 건 옆 사람에게도 생기를 준다. 국립박물관 뜰을 산책하고, 삼각지까지 서울 거리를 걸었다. 쌀쌀해진 맑은 가을날이었다. 도중에 설렁탕으로 점심을 하고,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전쟁기념관까지 한 바퀴 둘러본 다음 헤어졌다. 오랜만의 만남인데 컨디션이 좋았으면 저녁 맥주가 곁들여졌을 것이다. 그런 것이 나이 든 뒤의 달라진 점이다. 마침 한글날이어서 한글박물관도 의미 있게 관람했다. 만약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

사진속일상 201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