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창을 스쳐가는 풍경이 좋다. 서울을 오갈 때 버스를 이용하는데 늘 창가에 앉아 바깥 경치에 넋을 놓는다. 항상 보는 것이지만 다닐 때마다 새롭다. 그러나 사람들은 밖에 별 관심이 없다. 자리에 앉으면 아예 커튼을 닫아 버리기도 한다. 젊은이는 스마트폰에 빠져든다. 패키지여행을 가면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다. 차 안에서는 대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잔다. 그런데 나는 바깥 경치에 탐닉한다. 버스에 타면 눈이 더 말똥말똥해진다. 주위를 둘러보며 내가 참 특별하구나, 생각한다. 캄캄한 밤에도 마찬가지다. 드문드문 있는 불빛만이라도 괜찮다. 풍경이 단순해지면 이런저런 상념에 더 잘 빠진다. 스쳐지나가는 풍경에는 뭔가 신비한 요소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시간의 흐름이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정지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