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811

삼색제비꽃

도시의 거리를 아름답게 장식해 주는 팬지가 삼색제비꽃을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제비꽃으로서는 원색의 화려한 색깔 때문에일찍부터 관상용으로 개발된 듯 하다. 유럽 원산이라는데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야생 상태로 자라지는 않는 것 같다. 팬지는 내한성도 좋고 생명력이 강하도록 품종 개량이 많이 이루어졌다. 다섯 장의 꽃잎 색깔도 삼색(흰색, 노란색, 자주색) 외에 붉은색, 푸른색 등 다양하고, 무늬에도 변형이 많다. 원예종인 팬지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거리에서 매일 만나는 꽃일 것이다. 인공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꽃이지만, 매연과 먼지 속에서도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건조한 도시를 환하게해주는 고마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06.06.08

홀아비꽃대

홀아비꽃대는 모양이 특이해서 한 번 보면 누구에게나 쉽게 기억이 되는 꽃이다. 넉 장의 큰 잎 가운데로 한 개의 꽃대가 올라오고 거기에 하얀 색의 수술이 붙어 있다. 순백의 이 수술이 봄철의 산 속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꼿꼿하게 수직으로 위로 솟아오른 모양도 재미있다. 사진은 일부러 바로 위에서 찍어 보았다. 대개 꽃에 신경을 쓰지만 어떤 경우는 잎이 더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홀아비'라는 이름은 꽃대가 하나라서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꽃대가 둘로 올라오는것도 있는가 보다. 홀아비바람꽃에서도 볼 수 있듯 홀아비라는 이름은 하나를 가리키면서 뭔가 외롭고 쓸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나는 처음 홀아비꽃대라는 이름을 듣고 성적인 의미를 연상했다. 동해안의 촛대바위와 비슷한 류일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다..

꽃들의향기 2006.06.02

애기나리

애기나리는 보통 야산의 기슭에서 군락을 이루고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애기나리가 자라는 곳은 나무 그늘에 가려 햇빛도 잘 들지 않는 곳이다. 다른 식물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땅, 일견 척박해 보이는 땅에서 애기나리는 자란다. 그것이 강인하게 보이기 보다는 좋은 땅은 이웃에게 넘겨주고 스스로 낮은 곳을 선택한 겸손으로 보인다. 애기나리는 수수한 꽃이다. 꽃의 모양이나 색깔이 두드러진 점이 없이 그저 평범하다. 그리고 애기나리는 무엇이 부끄러운지 늘 고개를 숙이고 있다. 꽃은 잎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꽃이 아직 피지 않았을 때사람들은 둥굴레로 착각하기도 한다. 별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애기나리는 불평 없이 자신의 꽃을 피우고 살아간다.인..

꽃들의향기 2006.05.25

산괴불주머니

산괴불주머니는 오래동안 피어있는 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야에서 봄철 내내 자주 만날 수 있다. 자라는 곳도 산 속이나 인적 드문 곳이 아니라 산기슭이나 마을 주변이어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개울가를 따라 산괴불주머니가 노랗게 군락으로 피어있는 풍경은 봄이 보여주는아름다움 중 하나이다. 산괴불주머니는 현호색과에 속하는데 꽃 모양은 현호색과 닮았다. 그러나 꽃대를 따라 길게 피어난 모습은 다른 꽃들과 달리 특이하다. 꽃의 색깔은 노란색인데 햇볕을 받는 정도에 따라 흰색도 나타난다고 한다. 옛날에 헝겊을 이용해서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던 노리개를 괴불이라고 했다는데, 괴불이라는 이름이 거기서 유래되었다면 이 식물의무엇인가가괴불과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라 추측을 해본다. 그러나 꽃의 모양에서는 괴불을..

꽃들의향기 2006.05.20

등꽃

이웃에 등나무를 기르는 집이 있다. 좁은 마당에 심어진 등나무가 2 층 베란다 난간을 따라 휘감으며 집을 둘러싸고 있다. 요사이는 등꽃이 활짝 피어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위를 쳐다보게 된다. 연보라빛 등꽃은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 또는 애수를 느끼게 한다.등꽃 아래서 맺어진 사랑은 왠지 슬픈 사랑이 될 것 같다. 보랏빛 눈물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이별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보라색에서 외롭고 슬픈 인상, 우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느낀다고 한다.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등나무를 길러보고 싶다. 봄에 환하게 피어나는 꽃도 좋지만, 풍성한 잎이 만들어주는 여름그늘이 더욱 좋다. 특히요동치듯 꿈틀거리며 휘감고 올라가는 줄기의 뒤틀림은생명이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이다. 그 등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맛보는 ..

꽃들의향기 2006.05.17

동의나물

동의나물은 물을 좋아한다. 동의나물이 자라는 곳은 큰 산의 계곡 물가이거나 습기가 많은 축축한 땅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아니어서 산행 중 이 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동의나물의 꽃색은 진한 노란색이다. 황금색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 노란색 꽃들 중에서 가장 진할 것이다. 그 색깔을 보면 눈길이 자석에 끌리듯 저절로 꽃으로 향한다. 또한 동의나물은 잎도 크고 멋지다. 잎만으로도 관상으로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왜 이름이 동의나물일까? 독이 있다는 경고의 뜻일까? 아니면 샘가를 찾아오는 처녀의 물동이가 연상되어서일까?

꽃들의향기 2006.05.16

졸방제비꽃

졸방제비꽃은 산기슭의 습기 많은 땅을 좋아하며 무리를 지어 핀다. 꽃대도 키가 크고 잎도 왕성해서 풍성해 보이는데, 반면에 꽃은 작고 이름처럼 깜찍하다. 꽃 색깔은 흰색 또는 연한 자주색이다. 이 졸방제비꽃은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삼각산 구기동 계곡 입구에서 졸방제비꽃 무리를 만났는데 옆에는 여기저기에 졸방과 닮은 꽃이 있었다. 잎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같은데 다만 꽃의 크기가 훨씬 컸고 자주색이 더 짙었다. 아래 사진이 그 꽃이다. 도감을 찾아보니 큰졸방제비꽃이 있는데 사진상으로는 제일 닮아 보인다. 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다. 제비꽃을 종류별로 나누어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 이웃 나라에서는 제비꽃 만으로 된 책도 있다는데 그만큼 종류도 많고 복잡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새롭게 ..

꽃들의향기 2006.05.10

고깔제비꽃

제비꽃을 제대로 분류하기가 어렵지만 고깔제비꽃은 그런대로 알아보기가 쉽다. 잎이 돌돌 말려져 있는 특징 때문이다. 나중에는 다시 펴진다고 하는데 꽃이 피어있는 동안에는 말려있는 모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깔은 중이 쓰는 건(巾)의한 가지로 베 조각으로 세모지게 접어 만든다고 사전에 설명되어 있다. 조지훈의 승무라는 시에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고 보니 고깔제비꽃의 잎이 모양이 실제 고깔과 많이 닮아 있다. 같은 제비꽃이라도 생긴 모양이나 특징이 천차만별이다. 모든 것이 다 그러하겠지만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록 자연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꽃들의향기 2006.05.10

남산제비꽃

남산제비꽃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이름에는 남산이 붙어 있지만 제비꽃 중에서는 그런대로 흔한 편이다. 이 꽃의 특징은 잎이 갈라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잎의 모양이 비슷한단풍잎제비꽃과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전문가도 헷갈린다고 하니 우리 같은 아마추어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산기슭에서 만나는 것은 대충 남산제비꽃으로 이름 붙여준다. 꽃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도 인간의 분류일 뿐이다. 관심을 가지고 가만히 봐주는 것 - 아마도 꽃은 그걸 원할지 모른다. 아니, 그냥 내버려 달라고, 더 이상 인간의 필요에 따라 나를 쳐댜보지 말라고 할지도 모른다.

꽃들의향기 2006.05.04

얼레지(2)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모든 꽃은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보면 보이는대로 예쁘게 잘 찍히는 꽃이 있고, 아름다움이 잘 표현되지 못하는 꽃도 있다. 꽃의 색깔이나 모양, 키 등에 따라서 그런 차이가 생기는데, 나 같은 경우는 흰색이나 강한 원색의 색깔인 경우와 함께 키가 작은 꽃을 찍기가 어렵다. 얼레지는 소위 사진발이 잘 받는 꽃이다. 연분홍색 색깔하며 멋들어진 자태가 아주 빼어난 모델이다. 얼레지를 볼 때마다 받는 인상은 그 요염함과 당당함이다. 꽃잎을 활짝 뒤로 젖히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습은 세상의 그 무엇에도 거리낌이 없다는 태도다. 접사를 위해 꽃의 가운데 부분에 렌즈를 가져가면 화려한 색깔과 무늬에 다시 한 번 놀란다. 그 황홀한 자태에..

꽃들의향기 2006.04.29

미국제비꽃

전 세계의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제비꽃은 400 종 가까이되고,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것만도 42 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제비꽃을 종류별로 구분하기는 참 어렵다. 꽃의 모양이 거의 같고 색깔로도 구별이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구별 기준이잎인데 이것도그게 그것 같고 해서 쉽지가 않다. 앞으로 이 지상에 살아있는 날 동안 제비꽃 20 종 정도는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들이나 나나 같은 지구별의 손님들, 관심을 가지고 봐 준다면 그들도 좋아할 것만 같다. 이 미국제비꽃은 전주 덕진성당 화단에 피어 있었다. 미국제비꽃은 이름 그대로 해방 후 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아마 관상초로 들어왔을 텐데 지금도 이렇게 화단에서 만날 수가 있다. 꽃에 비하여 잎이 유달리 크고 풍성하며,흰색 바탕..

꽃들의향기 2006.04.26

처녀치마(2)

처녀치마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간다. 이리 저리 옮겨가며 사진을 찍는데배경을 정리하기 위해 주로 밑에서 위로 렌즈를 향하고 쳐다보니 꽃에게 괜스레 민망해진다. 이름대로라면 처녀 치마 속을 마구 들여다보는 꼴이기 때문이다. 만일 진짜로 처녀 치마 속을 이렇게 들여다 보았다면 따귀라도 맞았을 것이다. 아니 성폭행으로 고소를 당하고 창살에 갇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처녀는 생판 모르는 남자가 자기 치마 속을 들여다 보는데도 생긋 웃으며 다소곳이 앉아 있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다. 그러니 꽃을 본다는 것은 식물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내놓고 감상하는 일이다. 그래도 꽃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을 자랑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동식물도 마찬가지다. 섹스를 부끄러워하고 감추는 것은 인..

꽃들의향기 2006.04.21

앵두꽃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앵두꽃을 보면 이 노래가 떠오르고 자연스레 춘정(春情)의 상징으로연결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후천적으로 습득한 이미지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시야를 고정시키는 단점도 있지만 어차피 인간의 인식이란 것이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니까 이왕이면 이렇게 낭만적이면서 우리 가슴을 들뜨게 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봄의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준다면 일부러라도 환영할 일이겠다. 그래서 앵두꽃은 사랑의 꽃이다. 누구든 저 앵두나무 아래에 선남선녀의 연애 스토리 하나쯤 만들어 보아도 좋겠다. 활짝 핀 앵두꽃을 바라보는 봄처녀의 가슴은 연정으로 활활 타오른다. 아니 거꾸로 뜨거운 봄처녀가 찾아오니 앵두꽃이 화알..

꽃들의향기 2006.04.18

서울대공원 왕벚꽃

어제는 서울대공원에서 단축마라톤 행사가 열려 다녀왔는데 마침 왕벚꽃 축제 중이어서 꽃구경도 겸할 수 있었다. 왕벚꽃은 수십 송이의 꽃이 한 무더기로 피어 탐스럽고, 색깔도 순백색으로 아주 화사하다. 일반 벚꽃과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관람객이 엄청 모여들기 시작해 한낮에 나갈 때쯤 해서는 넓은 길이 사람으로 뒤덮였다. 봄은 역시 꽃의 계절이다. 만개한 꽃을 보면 마음도 절로 환해진다 .세상사가 아무리 힘들고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존재의 감사함으로 가득차게 된다. 저 꽃나무 아래서만은 세상 시름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06.04.16

풀또기꽃

교정에 눈길을 끄는 꽃나무가 있다. 화려한 분홍색 꽃이 눈부시게 환해서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꽃나무다. 처음에는 홍매화인 줄 알았는데 생물을 전공하신 분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풀또기나무라고 한다. 풀또기나무,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런데 이 나무가 우리나라의 자생종 나무라니 이렇게 아름다운 꽃나무에 대해서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다. 백과사전에는 다음과 같이설명되어 있다. '쌍떡잎식물, 장미과의 낙엽활엽 관목. 분포지역은 한국과 중국,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 자람. 높이는 1-3 m 정도. 꽃은 4-5 월에 잎보다 먼저 연분홍빛으로 피는데, 지름이 2-2.5 cm로 한두 개씩 달린다. 열매는 8 월에 빨간색으로 익는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수로 심는다.' 이 풀또기꽃은 아마 봄꽃 중에서 가장 화려한 ..

꽃들의향기 2006.04.12

노루귀(2)

초봄, 낯선 산의 계곡에서 노루귀를 발견할 때의 기쁨을 무엇에 비견할까?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할 때 몇 시간 동안 산을 헤매다가 우연히 작은 돌 밑에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 중에서도 노루귀는 유별나다. 무엇이 그리웠는지 대부분의 꽃들이 아직 흙 속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에 노루귀는 그 연약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온다. 가녀린 그 모습을 보면 강인한 생명력이 놀랍기도 하고, 어떨 때는 눈물겹기도 하다. 가녀린 꽃잎이며 가는 줄기, 그리고 뽀송뽀송한 솜털 속에 그 어떤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숨어있는 것일까? 노루귀는 외로움을 즐기는 고운 소녀다. 모여 있어야 대개 두서너 송이가 같이 있을 뿐, 다른 꽃들처럼 군락을 이루지는 않는다...

꽃들의향기 2006.04.12

화야산의 봄꽃

봄꽃을 보러 화야산 큰골을 찾아갔다. 화야산은 처음 가보는 산이다. 부근을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산에 들어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첫길이어선지 큰골입구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꽃을 보러 갈 때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요사이는 꽃이 피는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어서 나같이 개인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은 애로가 많다. 화야산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오면 산 지도를 보고 그냥 계곡을 찾아가 보는 수밖에 없다. 희귀한 꽃이라면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하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체적인 장소를 밝혀줬으면 어떨까 싶다. 이번에는 큰골을 선택했는데 다행히도 많은 봄꽃을 볼 수 있었다. 제비꽃, 현호색, 얼레지, 처녀치마, ..

꽃들의향기 2006.04.06

주읍리 산수유마을

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개군면에 있는 산수유마을에 들리다. 양평군 개군면에서는 이번 주말에 산수유축제가 열리는데 내가 찾은 곳은 주읍리였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산수유꽃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전체가 노란 산수유꽃으로 덮여 있었다. 생각보다 꽃도 예쁘고 나무도 연륜이 오래 되었으며 규모도 컸다. 작은 디카를 들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마을 뒤편에 우뚝 솟아있는 산이 인상적이었다. 마당에 나와계신 할아버지에게 산 이름을 물었더니 해발 515m의 주읍산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나무 하러 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셨다는 얘기도 해 주신다. 아직 축제 전 평일인데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특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흘깃 눈길을 돌려보니 수채화로 그린 산수유마을 풍경이..

꽃들의향기 2006.04.05

돌단풍

풀을 보면 그들도 좋아하는 환경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햇빛을 좋아하는 놈, 응달을 좋아하는 놈, 습기 많은 땅을 좋아하는 놈, 건조한 곳을 좋아하는 놈 등 풀마다 각양각색이다. 인간의 눈에는 척박한 땅으로 보이건만 굳이 그런 땅을 자신의 터로 잡고 살아가는 풀도 있다. 환경이 좋아보이는 곳으로 옮겨주면 도리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시들어버린다.흔히 사람들이 산에 있는 꽃을 캐 와서 화단에 심는데 어쩌면 그건 인간의 소유욕일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자신의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돌단풍은 말 그대로 돌이나 바위 틈에서 자란다. 아마 그곳이 돌단풍에게는 가장 따스하고 편안한 보금자리일 것이다. 이른 봄에 돌단풍이 꽃몽우리를 달고 꽃대를 내미는 모습은 앙징스러우면서도 힘차다. 그리고는 곧 화..

꽃들의향기 2006.04.01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은 동강 상류의 석회암 절벽 바위 틈에서 자라는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 사이에 꽃이 피는데 개체수도 적고 절벽이라는 특이한 환경에서 자라는 탓에 가까이서 보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다른 할미꽃과달리 꽃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있는 것이 특징이다. 꽃 색깔은자주색을 많이 볼 수 있지만 흰색 등 여러가지가 있다. 아마 석회암 토양의 성질 차이에 따라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추측한다. 동강할미꽃은 십년 전쯤 한 사진가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주민들 얘기로는 그때는 강을 따라 동강할미꽃이 멀리서 보아도 붉게 보일 정도로 많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강옆으로 도로를 만들고 포장을 하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동강할미꽃도 많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밖에 알려..

꽃들의향기 2006.03.29

참꽃마리

봄은 꽃마리와 함께 찾아온다. 3월 초순이면 꽃을 피기 시작하는데 우리 주변 어디서든지 흔히 볼 수 있다.다만 꽃의 크기가 워낙 작아 서 있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가 있다. 허리를 굽히며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에게만 그 고운 모습을 보여 준다. 노란 루즈를 곱게 바른 듯한 하늘색 얼굴은 환하게 웃는 소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수많은 꽃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며 애착이 가는 꽃이 있는 법, 나에게는 꽃마리가 그런 꽃들 중의 하나이다. 어떤 종류는 꽃 크기가 좁쌀만하게 작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생명의 아름다움과 신비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은 꽃 안에 전 우주가 들어있는 것 같다. 꽃마리라는 이름은 꽃이 피는 꽃대가 돌돌 말려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도르르 말려있는 ..

꽃들의향기 2006.03.24

천마산에서 너도바람꽃을 보다

너도바람꽃을 만나러 아내와 같이 천마산을 찾다. 이맘 때쯤이면 천마산을 찾아가는 것이 이젠 연례행사로 되었다. 너도바람꽃은 천마산에서 가장 일찍 피는 꽃이다. 대략 3월 초순에서 시작해 하순경까지도 볼 수 있는데, 벌써 몇 해째 가고 있지만 만개하기 전 꽃이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 아직 맞추질 못했다. 너무 이르든가 아니면 너무 늦었는데, 이번에도 때가 늦어 꽃잎은 이미 시들고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다시 내년을 기약해 보지만 솔직히 너도바람꽃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한량없이 기쁜 일이다. 일년에 한 번씩 이렇게 같은 장소에서 매번 귀하고 예쁜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작년에도 느낀 일이지만 천마산 입구인 호평동은몇 년사이에 너무나 많이 변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어수선하기 이를 데..

꽃들의향기 2006.03.19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은 1993년에 전북대학교 선병륜 교수님이 변산반도에서 발견해 한국 특산종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변산반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제주도로부터 설악산까지 우리나라 전국에서 볼 수 있다. 다만 자라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고 개체수도 적어서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보존 가치가 높은 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 인터넷에는 남녘 제주도에서부터 변산바람꽃을 봤다는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 꽃은 봄이 오며 가장 먼저 피는 꽃일 것이다. 사람들은 아리따운 변산 처녀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사뭇 사진으로만 접하다가 나도 올해는 직접 변산처녀와 해후를 했다. 수리산에도 변산바람꽃이 핀다는 정보를 접하고 무작정 찿았던 수리산에서 정말 우연히 등산로에서 만난 것이다. 그것도 예정했던 코스에서..

꽃들의향기 2006.03.17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보다

변산바람꽃을 보기 위해Y 형과 같이 수리산을 찾았다. 사진으로만 접한 변산바람꽃이 너무나 예뻐서 지난 달에는 변산까지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는데 다행히 서울에서 가까운 수리산에도 변산바람꽃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찾아간 것이다. 어제 과음을 한 탓에 몸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아서 높이가 500m에도 못 미치는 수리산을 오르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올들어 처음 황사가 나타났고, 안개까지 자욱하게 끼여 시정 또한 좋지 않았다. 슬기봉에 오른 뒤 동막골을 향해 내려가는 계곡길에서 정말 바람같이 나타난 변산바람꽃 군락지를 만날 수 있었다. 4시간여 산길을 걷는 동안 꽃이라고는 유일하게 만난 것이다. 어디서 피는지도 전혀 알지 못하고 찾은 산이었기에 더욱 기뻤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둘이서 악수를 나누며 환호 하였다...

꽃들의향기 2006.03.11

올해 첫 봄꽃을 보다

고창에 내려간 길에 내변산으로 변산바람꽃을 보러 갔다. 내소사 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그녀를 찾았지만 장소를 잘못 잡았는지, 아니면 때를 잘못 맞추었는지 그녀의 흔적도 만나지 못했다. 대신에 복수초와 노루귀만 풍성하게 만나고 왔다. 세봉 아래 산 중턱에는 복수초와 노루귀의 군락지라고 할 만큼 많은 수의 꽃이 피어 있었다. 노루귀는 평소에 서울 근교에서 보던 것과는 크기도 작고 아기자기했다. 아직 이른 철이었는지 꽃잎이 만개하지 못하고 대부분이 반쯤 열려 있었다. 산을 내려와서 곰소항에 들렀다. 전에 '포구기행'이라는 책에서 곰소항에 대해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번성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한 쓸쓸한 포구를 연상하고 찾아갔지만 바닷가를 따라 밀집한 상가들과 횟집들에서 그런 분위기를 ..

꽃들의향기 2006.02.25

찔레꽃

찔레꽃을 보면 왜 그런지 그리움과 슬픔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에게 찔레꽃에 관계된기억이라면어릴 때에 찔레꽃 새순을 꺾어서 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하얀 속살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했던 것 정도다. 맛을 탐했던 것은 꼭 배가 고파서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데 찔레꽃 하면 그 화사한 꽃 색깔과는 달리 그리움과 슬픔의 꽃으로 다가온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처음에는 이 노랫말이 잘못된 줄 알았지만 남쪽 지방에는 붉은색의 찔레꽃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보지를 못했다. 사람에 따라서 앞의 꽃이름을 무엇으로 하든 나름대로의 노래가 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찔레꽃이 주는 뭔가 애상적인 느낌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

꽃들의향기 2006.02.02

양지꽃

야생화를 좋아하게 된 초창기에는 베낭에는 항상 도감과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처음 만난 꽃에 환호하고, 그리고 도감으로 이름을 확인하며 다시 기뻐하고, 또 나름대로 사진을 찍어보며 즐거워했다. 그때 도감을 보며 이름을 찾고 알게 된 제 1호 꽃이 바로 이 양지꽃이다.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첫 경험이어선지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다. 아마 4월 초쯤 되었을 것이다. 봄꽃을 구경하러 가자며 가족과 함께 남한산성에 올랐었다. 성벽 옆에 피어있던 환한 이 노란색 꽃을 발견하고 모두들 환호성을 올렸다. 관심이 없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꽃이었다. 양지꽃이라는 이름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양지(陽地)꽃, 이름만 들어도 참 따스한 꽃이다. 말 그대로 따뜻한 양지 바른 곳에서 피어나는 우리나라의 대표..

꽃들의향기 2006.01.26

술패랭이꽃

패랭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종류는 많다. 흰패랭이, 수염패랭이, 갯패랭이, 난쟁이패랭이, 좀패랭이, 구름패랭이, 각시패랭이, 술패랭이.... 패랭이꽃과 함께 우리 산야에서 자주 만나는 꽃이 바로 이 술패랭이꽃이다. 술패랭이꽃은 패랭이보다 키도 크고, 꽃도 크다. 가장 큰 특징은 꽃잎 끝이 갈라져 있는 모양에 있다. 그래선지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든다.술패랭이라는 이름도 이런 모양에서 연유하여붙여졌을 것이다.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게 두..

꽃들의향기 2006.01.20

짚신나물

짚신나물은 여름이면 길가에서자주 볼 수 있는 풀이다. 길게 뻗어올라 피는 노란 꽃은 귀엽고 소담하다. 이름이 짚신나물인 것은 짚신처럼 흔해서일까, 아니면 길가에서 주로 피어나 짚신에 잘 밟히기 때문일까,그도 아니면 갈고리 달린 씨앗이 짚신에 잘 달라붙기 때문일까 궁금해진다. 내 생각으로는 이 모든 의미가 다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선조들이 이 이름을 붙인 것은 그만큼 친근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대장금에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온다. '궂은 날씨 속에서 음울하게 젖어 있던 나무들이 허물을 벗은 듯 파래졌다. 모처럼 햇빛을 본 꽃들이 진한 향기를 피워대는 통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층층이 핀 짚신나물 노란 꽃이 걸음마다 밟힐 정도로 주면에 흔했다. "흔하디 흔한 것이 짚신나물인데, 용아초(龍..

꽃들의향기 2005.12.22

여뀌

고향 마을의 뒷 산 너머에 있는 과수원에는 봄이면 여뀌로 보이는 풀이 발갛게 피어났다. 멀리서 보면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보였다.옆을 지나갈 때 그냥 무관심하게 지나칠 때가 많았겠지만 어떤 때는 아름답다고 느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마을 분들은 이 풀을 '여꾸'라고 불렀던 것 같다. 여뀌는 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도랑이나 물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밭이나메말라 보이는 산기슭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잡초에 속하는 대표적인 풀이다. 그러나 잡초라는 명칭은 너무나 인간중심적인 냄새가 나서 싫다. 오직 인간적 유용성의 관점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여뀌는종류가 20여가지가 된다는데 사진으로 찍은 이 여뀌는 실제 이름이 무슨 여뀌인지 잘 구분하지 못하겠다. 도감을 찾아보니 ..

꽃들의향기 200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