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82

논어[106]

선생님 말씀하시다. "달려들지 않으면 깨우쳐 주지 않았고, 애태우지 않으면 튕겨 주지 않았고, 한 귀를 보여 줄 때 셋까지 깨닫지 못하면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다." 子曰 不憤不啓 不비不發 擧一隅不以三隅反 則不復也 - 述而 8 스승 공자가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모두 피교육자의 능동적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분할 분'과 '마음을 태울 비'라는 단어가 나타내듯, 앎에 대한 처절한 열망이 있어야 교육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를 보여줄 때 셋을 깨닫지 못하면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것은 피교육자의 자질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공부는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스승은 옆에서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렇게 박자가 맞을 때 교육은 이루어지고..

삶의나침반 2014.10.07

논어[90]

선생님 말씀하시다. "중 이상이 되는 사람에게는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중 이하의 사람에게는 수준 높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子曰 中人以上 可以語上也 中人以下 不可以語上也 - 雍也 16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생각난다. 무지를 깨우치는 스승의 역할은 아이가 나오는 걸 도와주는 산파와 비슷하다. 아이를 배지도 않았는데 낳게 할 수는 없다. 공자 말씀도 비슷하다. 교육에 임하는 피교육자의 자세나 자질이 중요하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말을 강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말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다. 책상 앞에 붙들어 놓는다고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 현장에 있어 본 사람이라면 이를 실감한다. 학생의 자질이나 열성과 교사의 인도가 맞아 떨어질 때 교육의 결실이 맺힌다. 이상적인 스승과 제..

삶의나침반 2014.07.04

[펌] 도올의 교육입국론

혁신 교육감 시대를 위한 도올의 교육입국론 1. 총론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파랑을 격파하며 나아간다.”(讀萬卷書, 破萬里浪) 진리 탐구를 위해 눈물겨운 여정을 감행하였던 신라의 구법승들이 유학 장도에서 읊었던 장쾌한 절구의 한 소절! 어찌 만 리의 파랑이 서해바다의 파랑일 뿐이리오? 그것은 기구한 우리 인생의 파랑이요, 기나긴 반만년 역사의 격랑이요, 충절과 반역, 수구와 혁명, 억압과 자유의 기복으로 점철된 우리 정치사의 풍랑이리라! 공자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열 가호쯤 되는 조그만 마을에도 나처럼 충직하고 신의있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 그러나 나만큼 배우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공자는 타인과 구별되는 자신의 인간됨의 특징을 “..

길위의단상 2014.06.27

진보 교육감에 기대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체 17개 지자체 중 13곳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승리했다. 대단히 기쁘다. 한국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결과에는 행운도 따랐다. 특히 서울 교육감으로 당선된 조희연 후보 같은 경우는 보수의 분열과 자중지란의 덕을 보았다. 지지율 4%의 낮은 인지도에서 출발하여 극적인 역전승을 했다. 13:4의 승리에는 세월호 참사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 교육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앵그리 맘'은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바랐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분명한 반대 표시인 것이다. 학부모의 이기적인 의식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도 반갑다. 더구나 13명 중에서 8명이 전교조 출신..

길위의단상 2014.06.06

의심하라

"가만히 있으라!" 배는 계속 기울어가는데 선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으라는 말만 방송되었다. 어린 학생들은 그 말을 믿었고, 결국 삼백 명이 넘는 생때같은 생명이 수장되었다. 안타깝고 통분한 일이다. 갑판으로 대피하라는 말 한마디만 했다면 이런 억울한 희생은 없었을 것이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이었으니 모두가 탈출하기에 충분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 의심을 품은 사람이 어째서 한 사람도 없었을까?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앞장선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까? 그렇지만 내가 인솔교사로 거기에 있었더라도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선장의 지시를 거역하고 아이들을 밖으로 나가게 할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더 큰 혼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모험보다..

참살이의꿈 2014.05.20

화학 선생님 / 정양

중간고사 화학 시험은 문항 50개가 전부 OX 문제였다 선생님은 답안지를 들고 와서 수업시간에 번호순으로 채점 결과를 발표하셨다 기다리지도 않은 내 차례가 됐을 때 "아니 이 녀석은 전부 X를 쳤네, 이 세상에는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제대로 채점하면 60점인데 기분 좋아서 100점" 그러시고는 다음 차례 점수를 매기셨다 모두들 선생님의 장난말인 줄로만 여겼는데 며칠 뒤에 나온 내 성적표에는 화학 과목이 정말로 100점으로 적혀 그 점수가 영 믿기지 않았지만 백발 성성한 지금도 이 세상에는 그른 일들이 옳은 일보다 많다는 걸 나는 믿지 않을 수가 없다 - 화학 선생님 / 정양 큰 비극 가운데서도 중고등학교는 지금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을 것이다. 이 시를 보니 중학생이었을 때 농..

시읽는기쁨 2014.04.25

에밀

루소의 을 이제야 읽었다. 전에는 처음 몇 장을 보다가 포기한 게 몇 번이었다. 아이를 기르는 교육이 나에게는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탓이었다. 이제는 꼭 한 번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출판사 '돋을새김'에서 펴낸 책으로 편역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 부담이 덜했다. 25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의 교육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현대적이라는데 우선 놀랐다. 당시 분위기에서 이런 내용은 분명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 지도층은 격렬히 반발했고, 은 금서로 지정되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루소는 다른 나라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용기 있는 지성이 겪어야 하는 운명이었다. 아마 신앙에 관한 부분이 제일 논란이 되었을 것이다. 신의 존재를 의심하면서 성서의 권위를 부..

읽고본느낌 2014.02.16

[펌] 아이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

친일과 반공의 역사를 미화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들이 격렬한 반대 여론에 결국 채택을 철회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걸까. 왜 우리는 ‘친일’과 ‘반공’의 역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일본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 ‘공산주의를 반대해선 안 된다’고 가르치려는 걸까. 우리가 친일과 반공의 역사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그게 실은 민족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그리고 남한에서 소수의 지배세력이 대다수 인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역사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상황, 어떤 방식으로도 소수의 지배세력이 대다수 인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일은 잘못이며, 그런 역사에 굴종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것이다. 우리가 ..

길위의단상 2014.01.15

엄마가 아이를 망친다

교직에 있으면서 엄마의 지나친 교육열이 아이를 망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결손가정이나 방임 때문에 생기는 문제보다 이쪽이 훨씬 더 심각했다. 자식을 잘 키우려다 오히려 반편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독립심을 길러주고 놓아주어야 하는데 엄마는 끝까지 보살피려 한다. 내 자식은 특별하게 키우려는 엄마의 욕심 때문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건 대견하지만, 엄마에게서 떠나려는 건 받아들이지 못한다. 딸보다도 아들한테서 이 문제는 심각하다. 엄마한테서 받은 스트레스로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경우도 여럿 보았다. 겉모습은 그럴듯하더라도 온실 속에서 길러진 아이는 성인이 되어도 어린아이로 남아 있다. 심지어는 결혼한 뒤에도 모든 걸 부모에게 의지하려 한다. 안쓰럽다고 그걸 다 받아주는 얼빠진..

참살이의꿈 2013.08.30

난 별 본 적 없다 / 학생 작품

회색 숲 속 칙칙이 둘러싼 덤불 따라 걸었다. 터덜대는 발자국 하나 찍힐 때마다 뿌옇게 모래먼지가 너덜거렸다. 이제 간신히 열 여서 일곱. 고개 들어봐도 보이는 건 불 꺼진 하늘이다. 까만 밤하늘은 본 적 없다. 파란 갓등에 불 꺼진 듯 그런 하늘만 봤다. 내가 아는 하늘은 분명 낮에는 퍼렇고 밤에는 까만 하늘이다. 어른들은 늦게 들어가는 우리들 불쌍하고 걱정되니 가는 길에 불 켜둔다 했다. 그 졸렬한 불빛에 하늘이 미간 찌푸리고 구역질할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 돌리는 것, 내가 집 가는 길에 분명히 봤다. 나는 이제 겨우 열 여서 일곱이지만 그래도 하늘에 별 있고 달 있는 건 안다. 원래 밤하늘이 시커멓고 거기에 바늘로 구멍 숭숭 뚫은 것처럼 별 있어야 한단 것도 안다. 어른들은 우리더러 책상 앞에 앉..

시읽는기쁨 2013.07.03

교육과 경쟁

- 학교 다니면서 경쟁(competition)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나요? "네. 체육시간, 특히 100m 달리기 할 때요. 그 외에는 들은 적이 없어요. 예를 들어, 영어를 두고 학생들이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죠? 궁금하네요." - 시험(test)을 쳐서 성적(grade)을 매겨 등수(ranking)를 내어 경쟁의 우위를 선별하지요. 핀란드에서는 시험을 치지 않습니까? "시험은 치는데 성적은 매기지 않습니다. 등수라고 하셨나요? 등수가 뭔가요?" - 네? 등수 모르세요? 시험 성적에 따라 1등, 2등, 3등, 꼴찌를 가리는 것 말입니다. "학교가 시험을 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등수는 왜 가리나요? 시험을 치는 이유는 학생이 해당 과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예를 들어,..

참살이의꿈 2013.01.27

개구리 세 마리

필리핀 민중교육의 역사와 내용을 다룬 이라는 책을 보다가 이 이야기를 만났다. 개구리 세 마리가 나오는 이 우화는 '쌍방향의 상호작용 이야기'로 민중교육자들 사이에 인기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자신의 신념 및 타인과의 관계, 깨달음에 대해서 숙고하게 하는 내용이다. '개구리 세 마리'는 진리를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우물 속에 살고 있는 개구리와 같다. 각자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게 전부라 믿는다. 누가 옳을까? 세 마리 개구리는 결국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용기로 우물 밖으로 나온다. 그들은 좁은 고정관념을 벗어났다. 민중교육의 역할은 사람들이 자신의 패러다임을 넘어서서 볼 수 있도록 하고, 개인 또는 집단의 패러다임 전환을 돕는 일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사람..

참살이의꿈 2013.01.05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

경향신문사와 '고래가 그랬어' 교육연구소에서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를 내놓았다. 교육 문제의 해법은 먼저 어른들의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어제는 서울시 교육청과 서울시에서 공동으로 '서울교육 희망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런 구호와 선언이 많다는 건 교육이 병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삶의 즐거움과 배움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경쟁과 출세가 아니라 인간 행복의 관점에서 교육 시스템을 다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참살이의꿈 2012.05.15

이 시대의 광기

이 며칠 자꾸 생각나서 심란해지는 사건이 있다. 고3 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이나 방에 방치해둔 채 함께 지냈다. 그러면서 멀쩡하게 학교에 다니고 수능 시험도 봤다. 이해되기도 용서하기도 어려운 패륜 범죄다. 그러나 뒷사연을 들어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어머니를 살해하기 전날에는 성적이 떨어졌다고 골프채로 12시간 동안 맞았다고 한다. 어머니도 아들도 정상이 아닌 가정이었다. 종기가 곪아 터지듯 결국은 비극적 파국으로 끝났다. 별거 중이었던 이 학생의 아버지 말에 따르면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아이를 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가 7살 때 씻겨주려고 종아리를 걷었는데 매 자국이 보여 놀라 옷을 벗기니 엉덩이가 시퍼렜다."라며 "애 엄마가 매로 다스려야 한다며 홍두깨로도 때리고, 물건을 던져 애 ..

길위의단상 2011.11.27

시험 감독을 한 어느 학부모의 소감

.... 일주일 전. 중간고사 시험 감독을 갔다. 3학년 한 줄, 1학년 한 줄 섞여 앉아 시험을 치렀다. 선생님은 교탁에, 그 대척점인 뒤 칠판 쪽에 내가 섰다. 종이 울리자 나란히 도열한 회색빛 등짝이 일제히 수그러진다. 푸코의 에 나오는 판옵티콘 구조, 일망감시체제에서 감시자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됐다. 환절기라서 아이들이 코를 킁킁 거리고 기침을 해댔다. 다리를 떨고 몸을 비트느라 의자의 삐그덕거리는 쇳소리가 울렸다. 매캐한 사내냄새 자욱한 공간에 왠지 불길한 기운을 자아내는 음향효과들... 맨 뒷자리 덩치 큰 녀석은 뒷모습부터 남달랐다. ‘학교 싫어 공부 싫어 시험 싫어’를 온몸으로 발산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문이 빼곡한 영어 시험지를 받더니 앞뒤로 김을 굽듯이 두어 차례 뒤집어 훑고는..

길위의단상 2011.10.14

둥근 발작 / 조말선

사과 묘목을 심기 전에 굵은 철사 줄과 말뚝으로 분위기를 장악하십시오 흰 사과 꽃이 흩날리는 자유와 억압의 이중구조 안에서 신경증적인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곁가지가 뻗으면 반드시 철사 줄에 동여매세요 자기성향이 굳어지기 전에 굴종을 주입하세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억제입니다 원예가의 눈높이 이상은 금물입니다 나를 닮도록 강요하세요 나무에서 인간으로 퇴화시키세요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부정하세요 단단한 돌처럼 사과가 주렁주렁 열릴 것입니다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억누르세요 뺨이 벌겋게 달아오를 것입니다 극심한 감정교차는 빛깔을 결정합니다 폭염에는 모차르트를 우기에는 쇼스타코비치를 권합니다 한 가지 감상이 깊어지지 않도록 경계하세요 나른한 태양, 출중한 달빛, 잎을 들까부는 미풍 양질의 폭식은 ..

시읽는기쁨 2011.09.25

우린 할 말이 없습니다

영재들만 모인다는 카이스트에서 최근 네 명의 학생들이 잇달아 자살했다. 모두가 과도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서남표 총장이 부임해서 학교를 개혁하며 '징벌적 등록금제'를 도입할 정도로 공부에 경쟁을 시킨 뒤에 나타난 부작용이다. 그런데도 총장은 학생들의 나약한 정신 상태를 나무라고 있다. 얼마나 더 죽어나가야 정신을 차리게 되는지 모르겠다. 세상 어디서건 어느 정도의 경쟁은 필요하다.그러나 자살률 세계 1위의 한국은 이미위험 사회의 경보가 켜져 있다. 친구의 웃음 뒤에는 불안감이 스며 있고,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이 모두를 내리누른다.어른들도 해고의 두려움, 어떻게 먹고사느냐는 절박한 문제, 부에 대한 욕심 또한끝이 없다.부모의 이기적 심리는 자식들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가정도..

참살이의꿈 2011.04.16

오바마의 민망한 칭찬

"한국에서 교사들은 국가 건설자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도 교사를 한국 같은 수준으로 존경할 때가 됐다."(In South Korea, teachers are known as 'nation builder'. Here in America, it's time we treat the people who educate our children with the same level of respect.) 오바마 대통령이 또 한국 교육을 칭찬했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새해 국정연설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야 되는데 오바마의 칭찬은 영 생뚱맞다. 한국 교육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느낌이다. 우선 '국가 건설자'라는 명칭부터 낯설다. 이런 말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 교사가 존..

길위의단상 2011.01.31

과잉과 결핍

‘은유’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쓰시는 분이 계시다. 현실 분석이 아주 예리하다. 또한 문장력도 뛰어나다. 이분이 서울 목동의 하루를 스케치한 글을 올렸다. 현장의 소리라서 더욱 실감이 난다. 목동이라면 교육열(?)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곳이다. 엄마들의 극성이 강남 뺨친다고 소문이 나있다. ‘은유’님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런 목동에 오래 살고 계신 것 같다. 한국의 이상 교육열을 직접 옆에서 부딪치니까 느끼는 바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다. 글을 읽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도 체한 듯 답답한데 본인은 어떠랴 싶다. 왜 유독 한국 엄마들만 극성일까? 같은 엄마라도 유럽 쪽은 한국처럼 심하지 않다고 들었다. 위험을 느낀 나무들은 온 에너지를 쏟아 씨앗을 많이 맺으려 ..

참살이의꿈 2010.10.06

[펌] 이제 됐어?

교육문제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정현 신부님이 그랬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중고생 아이들과 대화를 하기가 갈수록 어렵더라고요. 걔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못 알아듣겠고 걔들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즘 아이들 어릴 때부터 생활하는 걸 보면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농부들은 농사는 정직한 거라고 말한다. 땀 흘려 수고한 만큼 결실을 얻는다는 뜻이다. 시기에 맞추어 꼭 해야 할 일들 가운데 하나라도 빠뜨리면 어김없이 농사를 망치게 된다. 교육이란 게 농사와 같다. 아이가 다섯 살 무렵에, 열 살 무렵에, 열다섯 무렵에 꼭 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걸 하나라도 못하고 넘어가면 그 상흔은 일..

길위의단상 2010.07.08

사랑법 첫째 / 고정희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에 내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맹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 사랑법 첫째 / 고정희 오늘이 어린이날이다. 마침 어제는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010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 국제 비교'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도는 54% 정도로 OECD 20개 나라 중 꼴찌를 기록했다. 가장 큰 이유가 학업 스트레스와 부모와의 갈등 때..

시읽는기쁨 2010.05.05

[펌] 우리에게 영혼이 남아 있는 걸까

은 놀이운동가 편해문씨가 인도와 네팔을 오가며 놀이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담은 사진집이다. 지난해에 이 책을 내고 나서 몇몇 사람의 항의 메일을 받았다. 책엔 그저 무표정하게 가만있는 아이들 사진이 꽤 들어 있는데 이게 무슨 놀이 사진이냐는 거였다. 그러나 내가 그런 사진들을 포함하여 책을 발간한 이유는 그 또한, 아니 우리 현실에선 그것이야말로 중요한 놀이 사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놀이동산이니 놀이캠프니, 놀이도 상품화하다 보니 적어도 눈과 입을 찢어져라 벌리고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 정도는 지어야 노는 아이들이구나 싶다. 그러나 빠르고 센 놀이가 있듯 느리고 부드러운 놀이도 있다. 혼자, 혹은 동무와 함께 가만히 앉아 별다른 목적도 내용도 없이 느리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

길위의단상 2010.03.17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오늘아침 경향신문에 대학교육을 거부하는 한 대학생의 대자보 기사가 실렸다.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이라는데 학교에 자퇴원을 제출하고 자신의 심경을 담은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다. 그 내용에서는학생의 치열한 고민을 읽을 수 있고,또한 진정성을 믿지 않을 수 없다. 나로서도 동감하는 바가 많다. 이것은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선언이며, 동시에 이 시대에 발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결코 철부지 학생의 치기 어린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 비록 지금은 작고 미미하지만이것이 마중물이 되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난 가끔씩 상상한다. 만약 모든 고등학생들이 대학 가기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피라미드의 상부로 오르려는 경쟁 질주를 멈춘다면? 아마 지금의 대학이라는 거대산업은 한순간에 무너질 ..

길위의단상 2010.03.11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나라

어느 상업고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화려한 교문 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요사이는 고등학교도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엄청 애쓰고 있다. 다른 학교와는 다른 뭔가 특이한 콘텐츠를 보여줘야 한다. 이 학교는 글로벌 경영인을 내세우면서 이병철과 정주영 사진까지 내걸었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기업인의 대명사니 그들을 존경하고 닮고 싶다는데 시비 걸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모두가 재벌이 되려 한다면 이 나라가 과연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인지 한번쯤은 물어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될 수도 없을뿐더러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작은 지구가 견뎌나지도 못할 것이다. 내 머리로 생각하기에는 부자가 아니라 착한 보통 사람들이 많아져야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 같다. 요즈음은 대학 캠퍼스에도 재벌 냄새, 돈 냄새가 가득하다. 이제는 ..

사진속일상 2009.12.22

나무로 하여금 자기의 본성을 다하게 할 따름입니다

곽탁타의 본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곱사병을 앓아서 등이 위로 불룩하게 솟는 바람에 기다시피 허리를 구부리고 다녔다. 그 모습이 마치 낙타와 비슷하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그를 ‘탁타’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 말을 듣고는, “좋구나. 내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야.” 하고 본명을 버리고 스스로 곽탁타라 하였다. 그가 살던 마을 이름은 풍악인데 장안 서쪽에 있었다. 탁타는 나무 심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모든 장안의 호족과 부호들은 그가 나무 심는 것을 구경하기 좋아했고, 과일을 파는 사람들은 다투어 그를 맞아 거두어 주고 보살펴 주었다. 그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어도 잘 살 뿐만 아니라 크게 무성하여 결실이 빠르고 수확이 풍성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눈여겨보아 두었다가 그대로 해보지만 그렇게 되..

참살이의꿈 2009.12.04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지금의 한국 사회를 읽는 키워드가 '불안'과 '욕망'이라는데 동의한다. 좀더 강렬한 용어를 쓰면 '공포'와 '탐욕'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 경제 위기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전세계적 현상이겠으나 유독 한국에서는 그에 대한 원초적 반응이 심한 것 같다. 불안과 공포는 사람들을 더욱 돈과 안정된 직장에 집착하게 만들고 이기적 욕망을 확대 재생산한다. 한국의 과잉 교육열도 기본적으로는 그에 기인한다고 본다. 사람들은 마치 주술에 걸린것처럼 '공포'와 '탐욕'의 대열에 망설임 없이 동참한다. 숲속에서는 숲을 보지 못한다. 우리 자신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숲을 벗어나서 조망해야 한다. 불편하고 거북할지라도우리 자신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침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강연회가 있었다. 다음은 김규항..

길위의단상 2009.10.09

한국 교육의 그늘

(1) 얼마 전 10일짜리 자원봉사 활동을 다녀왔다. 학생들의 농촌 체험 활동인데 교사로서 자원봉사를 했다. 그런데 자원봉사를 하는 동안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한 학생이 개미들을 밟아죽이고 있는 것이었다. 다가가서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왜 약한 개미들을 죽이냐고 물었다. 죽여도 된다고 대답한다. 너는 너보다 힘센 사람이 너를 괴롭혀도 좋으냐라고 물었다. 그래도 좋단다. 여기까지도 많이 놀랐는데 더 놀라운 대답이 이어졌다. 힘센 니가 개미를 죽이듯이 너보다 힘센 사람이 너를 괴롭히면 너는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으냐라고 물으니 아이는 대답한다. “나는 죽어도 좋아요”라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학원을 안 가도 되잖아요.” 나는 너무 놀랐다. 그 아이는 8살 초등학교 1학..

길위의단상 2009.09.27

스트레스 받을까봐 시험 날짜가 비밀

‘독일교육 이야기’라는 블로그가 있다[http://blog.daum.net/pssyyt]. 독일에 건너가서 초등학교와 김나지움에 두 아이를 보내며 그곳에서 접한 독일교육 이야기를 전하는 어느 주부의 블로그다. 우리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가 신기해서 가끔 들어가서 글을 읽는다. 그분이 전하는 독일교육 이야기는 한국교육의 현실과 대비되어 부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도대체 독일에서는 되는 일이 한국에서는 왜 안 되는 것일까? 얼마 전 글에는 ‘학생이 스트레스 받을까봐 시험 날짜가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간추린 내용은 이렇다. ‘어제는 작은 아이 반 학부모 회의가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만나지는 않지만 한 학기에 두 번 정도 있는 학부모회의 만큼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

길위의단상 2009.09.22

S 형에게 보내는 교육 답신

S 형! 형이 올리는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글에서는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교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더군요. 아이들의 실력을 평가하겠다는데 왜 부정적인 눈으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지난 번에 만났을 때는 전교조 교사들을 돼먹지 않았다고 비난하기도 했었지요. 그때 저는 형의 보수적 교육관을 접하고 사실많이 실망했더랬습니다.시를 쓰는 형이라 뭔가 다르리라고 기대를 했던 탓이겠지요. 그러나 교장이 되기 위해 벽지근무까지 자원하며 고생했던 형이었기에 관료적인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S 형! 일제고사에 대해서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냈다고 교단에서 쫓아낸 권력의 폭력에 대해서는 형은 침묵하고 있습니다.일제고사는 단순하게 시험 하나 더 보는 문..

길위의단상 2009.04.24

해직교사의 마지막 편지

MB 정권이 들어선 이래 교육계에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0 월에 실시된 초등학교 일제고사를 거부하도록 권유했다는 이유로 7 명의 교사에게 파면과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초등학생들에까지 전국 단위의 일제고사를 치르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회의를 가질 수 있는 문제다. 국제중이나 자립형 사립고 등으로평준화의 틀이 무너지고 있는 마당에 초등학교의 일제고사 실시는입시 광풍을 정부가 나서서 부채질하는 꼴이다. 학업 성취도 평가라는 명분은 단지 허울일 뿐이고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경쟁에 길들이고 학생과 학교를 줄세우기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가 없다.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지금은 다시옛날의 독재시대로 회귀하는 것 같다. 앞으로 정부의 말을 안 들으면 이렇게 된다는 식의 시범 케..

길위의단상 2008.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