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5 2

토성 느티나무

할머니와 엄마 뒤를 따라갔다. 머리에 보따리를 인 하얀 행렬이 마을을 나섰다. 기찻길을 걷고 개울을 건너고, 사과 과수원 사잇길을 한참 걸으면 장터가 나왔다. 사람 북적이고, 온갖 물건과 구경거리가 있는 장날이 아이들은 좋았다. 지나는 길에 토성 마을이 있었다. 느티나무도 한 그루 있었을 것이다. 오고 갈 때 잠시 발쉼을 하는 곳이었을 것이다. 50여 년 전 풍경을 잠시 회상해 본다. 공작이 나래를 편 듯한 느티나무가 그 자리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6.02.15

곰소

요양병원 로비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동자는 바람이 지나갈 만큼 텅 비었다. 누굴 기다리기 위해 입구에 나와 있는 걸까? 그러나 찾아온 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다. 당숙은 젊은 시절 고생한 이야기를 고장난 카세트처럼 줄기차게 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본인의 일생을 억울해하며 한탄했다. '백세 인생'은 HD TV의 화려한 색깔이 아니다. 우리는 긴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테스트 받는 첫 세대다. 일찍 저세상으로 간 사람이 축복이었다는 말을 듣게 되는 일만은 제발 없기를..... 요양병원 건물 외벽은 알록달록 무지개 색깔로 단장되어 있어 서글픔을 더했다. 썰물이 되어 물이 빠져나간 곰소 앞바다는 너무 쓸쓸했다.

사진속일상 201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