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서 B 아파트로 내려가는 길을 묻는 것이었다. 우선 산에서 아이들을 만난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는 있어도 자기들끼리 산에 놀러 오는 경우는 그동안 한 번도 못 봤다. 요사이 아이들은 학원 다니랴 과외 하랴 어른보다 더 바쁘다. 설령 시간이 난다 해도 산으로 놀러 보낼 부모는 없다. 세상이 그만큼 험해졌다는 뜻이다. 우리가 클 때는 마을 뒷산은 놀이터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보는 던져놓고 어지간히 쏘다녔다. 지금은 나무가 우거져 들어갈 수가 없지만 그때는 어디라도 뛰어다닐 수 있었다. 산에서는 주로 전쟁놀이를 했다. 오늘 산에서 만난 두 아이도 각각 시커면 장난감 기관총을 들고 있었다. 사내아이들이 그 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