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친밀감은 공유하는 추억의 깊이에 비례한다. 아무리 폭이 넓다 한들 세월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년과 십대 시절을 함께 말할 수 있는 사이라면 부지불식간에 서로의 온기로 따스해지게 된다. 누추한 현실을 버티는 힘의 상당 부분이 추억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기억은 무척 주관적이라는 걸 알게 된다. 같은 시공간의 경험이라도 같지는 않다. 수면 위로 떠오른 파편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선만 그려진 도화지에 제 나름대로 채색을 해 놓은 게 기억인지 모른다. 저장된 게 아니라 만들고 가공한 것이다. 그렇게 공유하는 추억으로 너에게 손을 내밀지 않아도 너는 가까이 있다. 의암호를 바라보는 춘천의 한 카페를 찾았다. 아메리카노 대신 카페라테를 주문하길 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