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기 초에 일본의 궁녀였던 세이쇼나곤이 쓴 수필집이다. 세상과 자연을 보는 여성의 감성이 고운 문체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천 년의 격차가 있지만 현대적 감각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책 제목에서 '마쿠라(枕)'는 베개를, '소시(草子)'는 묶은 책을 뜻한다. 즉, 마쿠라노소시는 '베갯머리 책'으로 여성의 사적인 감상록이라는 의미가 짙다. 그렇더라도 책을 읽으며 일본 문학의 전통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에는 302편의 글이 있다는데 내가 읽은 것은 37편만 발췌한 축약본인 게 아쉬웠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는 완역본이 없는 것 같다. 글은 궁중생활이 중심이 되어 있으나 자연에서 느끼는 아름다움, 남녀관계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당시 일본인의 풍습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천 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