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아서일까, 아니면 실내 생활이 늘어서일까, 무지개를 만날 일이 좀체 없다. 1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렵다. 어른이 되니 더 희소가치가 높아진 무지개다. 둘째한테서 무지개가 떴다는 연락이 왔다. 얼른 집 밖으로 나가 보니 무척 선명한 쌍무지개였다. 아뿔싸, 급히 나오느라 카메라를 잊었어, 다시 집에 들어갔다 나오니 이미 제2 무지개는 흐릿해지고 있었다. 담처럼 둘러싼 아파트 사이로 겨우 한 장을 찍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잔 비가 흩뿌리는 저녁이었다. 그리고 폭염이 물러갔다. 아무리 기세를 떨쳐도 한철일 뿐,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연민의 눈빛일까, 존재의 가련함을 기억하라는 듯 애틋하게 무지개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