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9 2

쌍무지개 뜬 저녁

도시에 살아서일까, 아니면 실내 생활이 늘어서일까, 무지개를 만날 일이 좀체 없다. 1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렵다. 어른이 되니 더 희소가치가 높아진 무지개다. 둘째한테서 무지개가 떴다는 연락이 왔다. 얼른 집 밖으로 나가 보니 무척 선명한 쌍무지개였다. 아뿔싸, 급히 나오느라 카메라를 잊었어, 다시 집에 들어갔다 나오니 이미 제2 무지개는 흐릿해지고 있었다. 담처럼 둘러싼 아파트 사이로 겨우 한 장을 찍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잔 비가 흩뿌리는 저녁이었다. 그리고 폭염이 물러갔다. 아무리 기세를 떨쳐도 한철일 뿐,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연민의 눈빛일까, 존재의 가련함을 기억하라는 듯 애틋하게 무지개가 걸렸다.

사진속일상 2016.08.29

여행 / 박경리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 피치 못할 일로 외출해야 할 때도 그 전날부터 어수선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나다니기를 싫어한 나를 구멍지기라 하여 어머니는 꾸중했다 바깥 세상이 두려웠는지 낯설어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도 남 못지 않은 나그네였다 내 방식대로 진종일 대부분의 시간 혼자서 여행을 했다 꿈속에서도 여행을 했고 서산 바라보면서도 여행을 했고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면서도, 서억서억 톱이 움직이며 나무의 살갗이 찢기는 것을, 그럴 때도 여행을 했고 밭을 맬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여행을 했다.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

시읽는기쁨 201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