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도 종합병원이 생겼다. 손주가 옆에 있으니 병원에 자주 들락거린다. 어린아이는 병치레가 잦다. 대부분이 감기 증세다. 옛날 같으면 참고 견딜 만한 것도 요즘은 무조건 병원에 간다. 그 결과 약을 달고 산다. 기침이 심하다고 최근에는 두 번이나 폐 사진을 찍었다. 조기 치료도 좋지만 어릴 때부터 과잉 진료가 아닌지 안타깝다. 그러나 옆에서 콜록대는 자식을 보며 버티기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속말을 참고 기사 노릇을 할 뿐이다. 진료실 밖에서 대기하다 보면 이런저런 환자를 본다. 남의 일 같지 않다. 병원에 갈 때마다, 아프면 안 되는데, 라는 독백이 절로 난다.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게 없다. 지지난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제일 두려웠던 건 무력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