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갈대를 연약하다 했는가.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 강변에서 몸 굽히지 않고 제 형태 온전히 지켜내는 것은 갈대밖에 없다. 봄에 올 새싹들에게 자리 물려줄 때까지 굳건히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 갈대다. 한 생을 마감했지만 그 생을 견뎌낸 의지만은 청청히 살아 있다. 갈대는 흔들리고 또 흔들려서 더 강해진다. 글 한 편을 읽는다. 겨울 갈대밭에서 / 손광성 슬퍼하지 말자. 날카롭던 서슬 다 갈리고, 퍼렇던 젊은 핏줄 모두 잘리고, 눈, 코, 입, 귀, 감각이란 감각들 다 닫혀 버리고, 바람에 펄럭이는 남루를 걸친 채 섰을지라도, 슬퍼하지 말자. 찬물에 발목이 저린 이들이 우리들뿐이겠는가. 물방개 같은 것들, 잠자리며 철새 같은 것들, 친구들, 다정했던 이웃들, 그들이 칭얼거리다 간 빈자리에, 아무것도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