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 31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마침내 나는 이 세계의 수도에 도달했다." 1786년 11월 1일의 기행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괴테는 로마에 입성한 날을 제2의 탄생일이라고 불렀다. 괴테가 로마에 머무른 기간은 1, 2차 합치면 1년이 좀 넘는다. 그러면서도 진정으로 로마를 알려면 적어도 몇 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의 중심에는 로마가 있었다. 괴테는 37세 되던 1786년 9월에 독일에서 출발하여 이탈리아로 향한다. 그리고 1년 9개월 동안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호흡한다. 문필가답게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이다.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에서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부단히 탐구하며 성장해 나가려고 애쓰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괴테의 관심 대상은 제한이..

읽고본느낌 2018.01.31

논어[275]

선생님 말씀하시다. "할 수 없구나! 나는 아직 계집 좋아하듯 곧은 마음씨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으니!" 子曰 已矣乎 吾未見 好德如好色者也 - 衛靈公 13 호색(好色)이 대개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공자의 말에서는 자연스런 느낌이 난다. 이성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생명체의 본성으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지만 덕(德)에 대한 갈망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호색하듯 자연스럽게 덕을 사모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닌,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이 공자의 말에 묻어 있다.

삶의나침반 2018.01.30

찾습니다 / 이영혜

부풀린 어깨에 가끔씩 포효 소리 제법 크지만, 낮잠과 하품으로 하루를 때우는, 허세의 갈기 무성한 수사자 말고 해만 넘어가면 약한 먹잇감 찾아 눈에 쌍심지 돋우는, 뱃속까지 시커면, 욕망의 윤기 잘잘 흐르는 음흉한 늑대 말고 훔친 것도 좋아, 높은 놈 먹다 버린 것도 좋아, 패거리로 몰려다니길 즐겨 하는, 웃음도 비열한 하이에나 말고 수천 권 뜯어먹은 지성인 척 턱수염 도도하게 으스대지만, 강자 앞에선 아첨의 목소리로 선한 초식동물인 척하는, 이중인격 비굴한 염소도 말고 아무데서나 혀 빼고 군침 흘려 대며, 할 소리 안 할 소리 쓸데없이 짖어 대거나 아무나 물어뜯는, 날카로운 야성의 송곳니는 유전자에서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인, 잡개는 더욱 말고 높은 하늘 향해 한 자세로 한 몸 꼿꼿이 세운 한 향기 한 ..

시읽는기쁨 2018.01.30

겨울 갈대

누가 갈대를 연약하다 했는가.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 강변에서 몸 굽히지 않고 제 형태 온전히 지켜내는 것은 갈대밖에 없다. 봄에 올 새싹들에게 자리 물려줄 때까지 굳건히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 갈대다. 한 생을 마감했지만 그 생을 견뎌낸 의지만은 청청히 살아 있다. 갈대는 흔들리고 또 흔들려서 더 강해진다. 글 한 편을 읽는다. 겨울 갈대밭에서 / 손광성 슬퍼하지 말자. 날카롭던 서슬 다 갈리고, 퍼렇던 젊은 핏줄 모두 잘리고, 눈, 코, 입, 귀, 감각이란 감각들 다 닫혀 버리고, 바람에 펄럭이는 남루를 걸친 채 섰을지라도, 슬퍼하지 말자. 찬물에 발목이 저린 이들이 우리들뿐이겠는가. 물방개 같은 것들, 잠자리며 철새 같은 것들, 친구들, 다정했던 이웃들, 그들이 칭얼거리다 간 빈자리에, 아무것도 줄..

꽃들의향기 2018.01.29

꽁꽁 언 한강

지난주 강추위에 한강이 꽁꽁 얼었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동장군의 기세가 무서웠다. 첫 한강 결빙은 지난달 15일에 이미 시작되었다. 대개 1월 중순이 되어야 한강이 어는데, 12월 15일은 71년만의 기록이었다. 올해는 상당히 추운 겨울로 기록될 것 같다. 지난 세 주 동안 거의 두문불출이었다. 날씨가 따뜻하면 미세먼지가 극성이고, 아니면 너무 추워서 꼼짝을 못하게 만든다. 서울에서 모임이 두 개 있었지만 부득불 참가하지 못했다. 그동안 이빨 치료를 위해 야탑에 두 번 나갔다 온 게 전부였다. 오늘은 날씨가 조금 풀려서 가까이 있는 물안개공원에 나가 보았다. 팔당호는 완전히 꽁꽁 얼었고, 그 위로 잔설이 하얗게 덮여 있다. 이 넓은 곳에 스케이트장을 만들면 호쾌하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

사진속일상 2018.01.28

독일과 일본

해외에 몇 번 나가보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이다. 독일은 24년 전에 갔는데 한 달가량 머물렀다. 독일이 통일된 지 4년이 지난 뒤였다. 첫인상은 질서정연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거리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교통법규의 준수였다. 보행자가 지나가면 무조건 자동차는 정지하고, 스쿨버스가 서 있으면 아예 몇 미터 뒤에서 대기하는 광경은 너무 놀라웠다. 그런 사람 우선 문화가 부러웠다. 독일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규칙을 잘 지키느냐고 직접 물어본 적이 있었다. 독일 사람이 착해서가 아니라 엄격한 법 집행의 결과라는 답을 들었다. 규칙을 어기면 필벌이 따른다. 그러면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된다. 독일은 법가(法家)의 정신이 구현되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너무 원칙대로 돌아가면 사회..

참살이의꿈 2018.01.27

손자병법

중국 사상은 크게 두 줄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손자와 법가로 대표되는 실리 중심의 사상과, 유가와 묵가로 대표되는 도덕과 윤리 우선의 사상이다. 우리가 명분과 이념을 중시하는 후자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중국인의 의식과 사유는 전자가 지배하고 있다. 그 사상의 원류가 손자라 할 수 있다. 임건순 선생이 쓴 에서는 손자를 단순한 병법 연구가가 아니라 중국의 중요한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보고 있다. 손자를 모르고서는 중국인과 중국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손자는 근원적 원리에 대한 통찰과 함께 노자, 한비자, 상앙 등 다른 사상가에게 영향을 준 사상사의 거목이었다. 많은 해설서가 이 책을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로 소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손자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사고와 지성, 혜안을..

읽고본느낌 2018.01.26

논어[274]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이란 앞일을 생각지 않으면 코앞 걱정이 있게 마련이거든." 子曰 人無遠慮 必有近憂 - 衛靈公 12 살아보니 아무리 앞일을 생각해도 코앞 걱정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같은 범인은 앞일을 너무 재다가 도리어 걱정거리를 만들어낸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바둑 격언 그대로다. 염려한다고 세상사가 쉬이 풀리지는 않는다. 심사숙고한 것이 오히려 쥐약인 경우도 흔하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 유원려(有遠慮)가 꼭 무근우(無近憂)는 아니다.

삶의나침반 2018.01.25

바짝 붙어서다 / 김사인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빼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바짝 벽에 붙어선다 유일한 혈육인 양 작은 밀차를 꼭 잡고. 고독한 바짝 붙어서기 더러운 시멘트 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 벽에 낮고 낮은 저 바짝 붙어서기 차가 지나고 나면 구겨졌던 종이같이 할머니는 천천히 다시 펴진다. 밀차의 바퀴 두 개가 어린 염소처럼 발꿈치를 졸졸 따라간다. 늦은 밤 그 방에 켜질 헌 삼성 테레비를 생각하면 기운 씽크대와 냄비들 그 앞에 선 굽은 허리를 생각하면 목이 맨다 방 한구석 힘주어 꼭 짜놓았을 걸레를 생각하면. - 바짝 붙어서다 / 김사인 인간 세상에 가난이 없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하다. 돈 많은 사람과 ..

시읽는기쁨 2018.01.24

풍경(41)

아파트 외벽 도색 작업을 하는 사람을 본다. 좌우로 시계추처럼 흔들거리며 손끝에서 그림이 완성된다. 얼마나 고될까, 안쓰러우면서 식구를 먹여 살리는 노동 앞에서 숙연해진다. 누구나 제 인생의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사무실에 앉아있어도 외줄 타기의 긴장은 있다. 밥벌이를 위한 일상의 노동은 장소가 어디든 숭고하다. 때로는 삶이 비루해 보일지라도 땀 흘리며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 살아내라는 명령은 인간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 세상에 나와 제 몫을 한다는 것만큼 엄숙한 일도 없다. 육체노동이라고 괄시받아서는 안 된다. 힘든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에 마땅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을 하든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직업을 귀천으로 구별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우선이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진속일상 2018.01.23

힘내라 정현

조금 전에 정현 선수가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조코비치를 3: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두 번이나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어서 가슴 졸이며 봤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8강까지 간 것은 정현이 처음이다. 테니스는 동양인이 힘을 못 쓰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타고난 체격이 경기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들어간 동양인 선수는 몇 명 되지 않는다. 동양계로 제일 유명한 선수는 1990년대에 활약한 마이클 창이라는 미국 선수다. 창은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키와 근력에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열세다. 테니스는 서브가 중요한데 스피드와 파워에서 차이가 나니 이미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다. 100m 달리기로 비유하면 서양인은 10m 앞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다. 정현이..

길위의단상 2018.01.22

다시 태어나도 우리

라다크를 무대로 하는 다큐멘터리 두 편을 최근에 보았다. 하나는 KBS에서 방송된 '순례' 1편인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이었고, 두번째가 이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였다.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은 라다크에 살고 있던 한 소녀가 승려로 출가하고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영상미가 특히 아름다웠다. 이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역시 린포체로 지명 받은 앙뚜라는 소년이 승려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앙뚜의 곁을 변함없이 지켜주는 사람은 스승인 우르갼이다. 둘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를 넘어선 깊은 인간애를 나눈다. 세속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사랑의 교감이다. 주인공은 앙뚜지만 더 끌리는 건 우르갼이다. 히말라야를 닮은 순수하고..

읽고본느낌 2018.01.21

논어[273]

안연이 나라 다스리는 방법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나라 책력을 쓰고, 은나라 수레를 타고, 주나라 관복을 입고, 음악은 소무곡이어야 하며, 정나라 소리를 버리고, 아첨하는 인물을 멀리해야 한다. 정나라 소리는 음란하고, 아첨하는 인물은 위험하다." 顔淵問 爲邦 子曰 行夏之時 乘殷之輅 服周之冕 樂則韶舞 放鄭聲 遠녕人 鄭聲淫 녕人殆 - 衛靈公 11 과거에서 배우는 것은 마땅하다. 막된 나라라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여기 나오는 소(韶)는 순임금 시절의 음악이다. 이 곡을 처음 듣고 석 달 동안 고기맛을 잊었다고 한 바로 그 음악이다. 무(舞)는 주 무왕 시절의 음악이다. 반면에 정나라 소리는 음란하다며 멀리하라고 했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음악의 중요성이 상당했던 것 같다. 정나라 소리가 어떻길..

삶의나침반 2018.01.20

응 /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화 "응" - 응 / 문정희 "응"이라는 말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육감적인 생명의 언어다. 형상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시인의 시선이 놀랍다. 그러고 보니 "응"을 쓸 수 있는 대상은 한정되어 있다. 카톡으로 대화할 때는 보통 "ㅇㅇ"이라 쓴다. 시인이 말하는 "응"과는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는, 땅 위에서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화, "응".

시읽는기쁨 2018.01.19

미세먼지에 갇히다

나흘째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추위가 지나고 날씨가 포근해졌는데 불청객이 찾아왔다. 기온 역전층 때문에 대기 순환이 안 되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중국발 더러운 공기도 겹쳤다. 오늘 미세먼지 농도는 세제곱미터 당 160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다.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매우 나쁨' 수준이다. 우리나라 대기 오염도가 OECD 41개국 중 최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야외에서 초미세먼지 노출도가 28마이크로그램으로 가장 나빴다. 공기가 좋은 나라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호주 순이다. 이들 나라는 5마이크로그램 이하다. 기본적으로 공기와 물이 인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기본 요소다. 금수강산이라는 말은 이제 부끄러워 꺼내지도 못하게 되었다. 공기를 마음대로..

사진속일상 2018.01.18

그럴 수도 있겠지

늙어가면서 제일 경계해야 할 일이 제 생각에 갇히는 일이다. 제 생각에 갇히면 현상을 두루 보지 못하고 옹졸해진다. 최근에 그걸 절감하는 일이 있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으로부터 "왜 그렇게 자잘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의견 충돌로 말다툼을 하고 난 뒤였다. 본인은 자신을 잘 모른다. 스스로 꼰대라고 인정하는 꼰대는 없다. 제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비친 나를 봐야 한다. 가까운 배우자나 자식도 나의 좋은 거울이다. 설마 내가 그럴까, 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변명하고 부정하기 바쁘다. 내가 그렇다. 흔쾌히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를 듣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경험이 쌓이고 지식이 늘어 지혜로워지는 게 순리일 것 같다. 벼가 고개를 숙이듯이 말이다. 그러나 현실..

참살이의꿈 2018.01.17

구원으로서의 글쓰기

지은이인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와 명상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을 쓰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들으며 마음공부에 활용한다. 그 과정에서 공감하고, 자신의 고민을 잊고, 안도감을 느낀다. 글쓰기를 통해 삶을 버텨낼 힘을 얻고, 경험한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며, 자기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 책 는 단순한 글쓰기의 테크닉을 말하지 않는다. 글쓰기의 수행의 한 과정이고 치유의 수단이다. 지은이가 1주일에 걸쳐 진행하는 '삶과 언어 수련회'의 대부분이 '좌선, 걷기, 쓰기'에 할애되어 있다. 한 단어는 곧 한 걸음과 같다. 만 아니라 전작인 도 제목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지은이는 쉬운 글쓰기를 강조한다. 연습의 하나로 카페에서 30분간 주변 광경을 묘사하는 ..

읽고본느낌 2018.01.16

워렌 버핏

워렌 버핏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돈 많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겠는데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분과 점심을 먹기 위한 이벤트가 있는데 수십억 원의 경매가 붙는다는 얘기도 들어보았다. 너무 돈 많은 사람들 이야기는 관심 밖이다. 어제 보도에 버핏 회장의 검소한 생활이 소개되었다. 버핏은 현재 자산이 900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 부자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는 거의 1천 조 원이나 된다. 1조만 해도 어지러운데 1천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인지 내 머리로는 상상이 안 된다. 그걸 한 사람이 가지고 있단다. 그런데 이 분의 삶의 태도가 특별하다. 버핏 회장이 사는 집은 시가로 7억 원 정도라고 한다.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전세 얻기도 어려운 금액이다. 버핏은 1958년에 구입한 뒤 ..

길위의단상 2018.01.15

논어[272]

자공이 사람 구실하는 방법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공장이가 제 구실을 잘 하자면 먼저 연장을 잘 단속해야 한다. 그 나라에 있을 때는 그 나라 대부 중에 잘난 이를 섬기고, 그 나라 벼슬아치 중에 사람다운 사람과 사귀어야 한다." 子貢問 爲仁 子曰 工欲先其事 必先利其器 居是邦也 事其大夫之賢者 友其士之仁者 - 衛靈公 10 자공에게 스승이 주는 실제적인 가르침이다. 현명한 사람을 섬기고, 어진 사람과 벗하라는 말은 자신을 낮추고 끊임없이 배우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자의 독선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특히 지도자의 아집은 본인만 아니라 나라까지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능력이 출중했던 자공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8.01.14

오징어와 검복 / 백석

오징어는 오래동안 뼈가 없이 살았네. 오징어는 뼈가 없어 힘 못 쓰고 힘 못 써서 일 못 하고, 일 못 하여 헐벗고 굶주리였네. 헐벗고 굶주린 오징어는 생각했네- "남들에게 다 있는 뼈 내게는 왜 없을까?" 오징어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로서는 그 까닭 알 수가 없어 이곳 저곳 찾아가 물어 보았네. 오징어는 맨 처음 농어 보고 물었네 "내게는 왜 뼈가 없나? 어찌하면 뼈를 얻나?" 농어가 그 말에 대답했네- "너는 세상 날 때부터 뼈가 없단다, 뼈 없이 그대로 살아가야지." 오징어는 농어의 말 믿기잖고 분하여, 그래서 이번에는 도미 보고 물었네 "내게는 왜 뼈가 없나? 어찌하면 뼈를 얻나?" 도미가 그 말에 대답했네- "너는 네가 못난 탓에 제 뼈까지 잃은 거지. 못난 것은 뼈 없이 살아가야지." 오징어..

시읽는기쁨 2018.01.13

62.9kg

연초에 떡국을 먹다가 체한 뒤로 열흘 넘게 애먹고 있다. 계속 속이 부글거리며 소화가 안 된다. 나이가 드니 한 번 탈이 나면 여진이 길다.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서니 62.9kg이 찍혔다. 죽을 자주 먹어선지 며칠 사이에 1.5kg이 빠졌다. 작년 한때는 66kg까지 올라갔다. 안 되겠다 싶어 몸무게에 신경을 써 64kg대까지 맞추었다. 사실 62~63kg에서 몸이 가장 가볍게 느껴진다. 이번에 자동으로 다이어트가 되었다. 그저께는 아내 등쌀에 병원에 갔다. 의사는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처방할 수 있다면서 당장 검사를 권했다. 단순한 속 부글거림인데 내시경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일단 거부했다. 이왕이면 대장과 같이 검진을 받아보기로 했다.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게 8년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속일상 2018.01.12

고대 로마제국 15,000킬로미터를 가다

트라야누스 황제 치하인 BC 2세기 초의 어느 날, 로마에 있는 조폐국에서 세스테르티우스 동전이 만들어진다. 이 동전은 군 수송부대에 의해 브리타니아의 최전방 요새로 전달되고, 거기서부터 주인을 바꾸며 로마제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알베르토 안젤라의 는 수년간에 걸쳐 동전의 여정을 따라가며 로마인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은이의 전작인 은 시공간이 제한되어 있었던 반면 이 책은 로마제국 전체를 관통하면서 동전의 주인이 되는 군인, 상인, 매춘부, 노예 등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게르마니아와의 전투, 전차 경주, 지중해 항해, 알렉산드리아 거리, 병원, 식당, 광산 등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 실감이 난다. 상상만으로 쓴 것이 아니라 고고학적 자료에 기반..

읽고본느낌 2018.01.11

스마트폰 멀리하기

스마트폰도 바이러스에 걸리는가,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이 이상하다.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기를 하면 엉뚱한 데로 들어간다. '데일리 뉴스'라는 생판 처음 들어보는 사이트와 '11번가'라는 쇼핑 사이트가 뜬다. 때로는 먹통이 되기도 한다. 보통 짜증 나는 게 아니다. 재설정을 하고 의심스러운 앱을 지워도 봤지만 아무 효과가 없다. 내 실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열지 않는 것이다. 돌아보니 습관적으로 너무 자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카톡이나 밴드에 새로운 소식이 온 게 없나 하고 수시로 들어간다. 심심하면 이것저것 검색도 한다. 사실 대부분이 쓸데없는 짓거리들이다. 특히 단톡방으로 오는 내용은 읽지도 않고 삭제하는 게 많다. 퍼나르기 하는 것이라 어떤 때는 중복해서 받는다..

참살이의꿈 2018.01.10

논어[271]

선생님 말씀하시다. "뜻이 굳은 선비나 사람다운 사람은 살기 위해서 사람 구실을 버리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사람값을 하고야 말지." 子曰 志士 仁人 無求生以害人 有殺身以成仁 - 衛靈公 9 살신성인(殺身成仁)이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 '남한산성'이 잘 그린 것처럼 최명길은 역적 소리를 들어가며 더 큰 참화를 막았다. 역사에 오명을 남긴다는 걸 본인도 알았을 것이다. 물론 역사를 보는 관점에 따라 인물의 평가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믿는 대의명분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전쟁터로 내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살신으로 보이는 것이 아집일 수 있고, 그 반대가 오히려 살신으로 인을 이루기도 한다는 말이다.

삶의나침반 2018.01.09

송년회 / 황인숙

칠순 여인네가 환갑내기 여인네한테 말했다지 "환갑이면 뭘 입어도 예쁠 때야!" 그 얘기를 들려주며 들으며 오십대 우리는 깔깔 웃었다 나는 왜 항상 늙은 기분으로 살았을까 마흔에도 그랬고 서른에도 그랬다 그게 내가 살아본 가장 많은 나이라서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 이런 생각, 노년의 몰약 아님 간명한 이치 내 척추는 아주 곧고 생각 또한 그렇다 (아마도) - 송년회 / 황인숙 다가올 날들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이 가장 젊다. 간명한 이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나이 많이 먹었다는 타령을 한다. 지나온 과거를 껴입고 살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지금 젊지도 늙지도 않았다. 그저 현 상태로 존재할 뿐이다. 쉼 없이 변하는 중의 한 찰나를 살고 있다. 그러므로 누구나 나이를 초월해서 삶을 ..

시읽는기쁨 2018.01.08

2017 블로그 결산

티스토리에서 2017년도 블로그 결산을 했다. 작년과 달리 순위를 매기지 않고 각 블로거들의 한 해 활동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었다. 경쟁보다는 내실을 추구한 진일보한 방법이었다. 도표에서 보듯 나는 일년동안 306개의 글을 올렸다. 2월에는 뉴질랜드에 가 있었기 때문에 공백이 생겼다. 컴퓨터와 떨어져 있었던 날을 감안한다면 1D1P를 작년에도 꾸준히 실천한 셈이다. 작년에 내 블로그를 찾은 사람은 209,880명이었다. 하루 평균 575명 꼴이다. 작년보다 8만 명 가까이 늘어났고, 일평균 500명을 넘어섰다.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보여준 단어 통계도 흥미롭다. 많이 등장한 것은 '사람' '나무' '우리' '인간' '세상' 같은 단어들이다. 내 관심이 어디에 있는..

길위의단상 2018.01.07

갑신년의 세 친구

전체적으로 역사에 무지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19세기와 한일합방이 되는 20세기 초까지는 더욱 모른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배운 역사 교과서에서도 그리 비중 있게 다루어진 것 같지 않다. 우리의 어두운 부분이라 그냥 대충 넘어간 게 아닌가 싶다. 사실은 정확히 교육을 시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저 매국노 몇 명을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역사의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자주 나온다. 정신을 똑바로 차릴 때다. 그런 점에서 그때의 상황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는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 홍영식, 박영효를 중심으로 당시의 급박했던 시대 상황을 그린 소설이다. 안소영 작가가 썼다. 1884년 12월 4일에 일어난 갑신정변은..

읽고본느낌 2018.01.06

논어[270]

선생님 말씀하시다. "이야기함직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않으면 사람을 잃고, 이야기해서는 안 될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면 말을 잃는다. 지혜 있는 사람은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子曰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 不失人亦不失言 - 衛靈公 8 '이야기함직한 사람[可與言]'과 '이야기해서는 안 될 사람[不可與言]'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가르키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같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과 말을 섞기 싫은 사람은 있다. 공자의 말씀이 단순히 성격 차이에 의한 나누기로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살면서 사람을 잃거나 말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사실이다. 대부분 말이 원인이다. 술자리에서 쏟아낸 말을 다음날 깨고나서는 후회했던 적이 자주 있었다. 이것도 말을 잃은..

삶의나침반 2018.01.05

로마인의 묘비명

고고학자들은 로마 시대의 공동묘지를 발굴하고 묘비를 찾아낸다. 돌에 새겨진 묘비명은 2천 년의 세월이 흘러도 다른 것에 비해 잘 보존될 수 있다. 무덤의 비문을 통해 옛 로마인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더듬어볼 수 있다. 라는 책에 나오는 로마인의 비문을 옮겨 본다. 나, 레미소 여기에 묻히다. 단지 죽음만이 나를 일로부터 떼어놓았다. 거기 지나가는 당신, 이리로 오게. 잠시 쉬었다 가게. 고개를 가로젓는 것을 보니, 싫은가? 어쨌든 당신은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네. 18세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았고, 부친을 사랑했고, 모든 친구들을 사랑했네. 농담하고, 즐기고, 당신도 그렇게 하기를. 여기 이곳은 너무도 엄숙하다네. 이 글을 읽는 당신, 건강하게 살게. 그리고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참살이의꿈 2018.01.04

민지의 꽃 /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말없이 손을 잡아끄는 것이었다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 민지의 꽃 / 정희성 순백의 지순한 마음을 생각한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걸 다, 꽃이야, 라고 부르게 될까. '아이는 어른의 ..

시읽는기쁨 201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