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나온 정한아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술과 바닐라'를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이제 막 40대에 들어섰는데 이런 젊은 여성 작가의 글에서는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다.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인생의 스산한 면을 드러내어 쓸쓸하다. 특히 일과 육아의 무게에 짓눌린 결혼한 여자의 삶을 사실 그대로 잘 그려낸다. 작가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다. 거실에 걸린 화사한 가족사진은 빙산의 드러난 부분일 뿐, 수면 밑의 차가운 진짜 세계를 작가는 가차 없이 재현해 낸다. 일곱 편 중에서 눈에 띈 것은 '기진의 마음'이었다. 기진은 남편과 어린 두 아들을 둔 유방암 투병을 하는 주부다. 이 세상에서 내동댕이쳐진 것 같은 암 환자의 마음이 잘 드러난 소설이다. 남편이나 자식,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