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담쟁이 / 도종환 2009년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이 시가 내 인생에서 꼭 간직하고 싶은 시 1위를 차지했다. IMF 구제금융 이후부터 이 시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위안과 용기를 주는 이런 시를 찾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