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J가 세상을 떴다. 10년 넘게 병마에 시달리다가 안식에 들었다.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으나 한 번 찾아가 보지를 못했다. 부고를 접하니 그게 제일 미안하다.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게 재작년 어느 결혼식장에서였다. J는 성치 않은 몸으로 부인의 부축을 받으며 지방에서 올라왔었다. 피로연에서 옆에 앉아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때도 부인이 도와주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잘 안 되었다. J는 키가 작지만 당찬 성격이라 동기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J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지금도 말한다. 산골 집에서 중학교까지 10km를 3년 내내 걸어 다니면서도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다. 과외 한 번 받은 적 없었다. 집이 가난해서 방학 때는 아이스케키 장사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