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 40

갈기산에 오르다

트레커와 갈기산에 올랐다. 갈기산(585m)은 충북 영동에 있는 산으로, 옆으로는 금강이 흐르고 있다. 위에서 바라보는 조망과 함께 아기자기한 능선길이 멋진 산이다. 갈기산으로 산행지가 결정되었을 때 처음 들어보는 산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매력이 없다는 뜻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기산에 오르면서 그것이 잘못된 선입견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에는 어디에나 알려지지 않은 보석이 숨어 있는 법이다. 산 아래로 금강의 곡류가 흐른다. 강 쪽은 '양산덜게기'라 부르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 일진이 이 길을 따라 북진했다고 한다. 가을 산하가 예뻤는데 안개 때문에 조망이 흐린 게 아쉬웠다. 안개는 오후가 되어서야 걷혔다. 갈기..

사진속일상 2012.10.07

신륵사 은행나무

훤칠하게 잘 생긴 은행나무다. 신륵사에는 600년 된 나무 세 그루가 있다. 향나무, 참나무, 그리고 이 은행나무다. 어쩌면 나이가 다 비슷한지, 아마 신륵사가 중창된 나옹선사 시대 쯤으로 추정해서 나무의 나이를 정하지 않았나 싶다. 이 은행나무는 두 개의 줄기가 거의 나란하게 뻗어 올랐다. 키는 22m이고, 줄기 둘레는 각각 3.1m와 2.7m다. 한창 장년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천년의나무 2012.10.07

신륵사 향나무

여주 신륵사(神勒寺)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 고려 말에 나옹선사가 머물면서부터 유명해졌다. 선사가 입적하면서 기이한 일이 일어났고, 그뒤에 여러 건물들을 신축했다고 전한다. 신륵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지공, 나옹, 무학, 세 분의 영정을 모신 조사당이다. 이 조사당 앞에 수령이 600년 된 향나무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나옹선사의 제자였던 무학대사가 심은 것이라고 한다. 나무 높이는 5m, 줄기 둘레는 1.3m인데 줄기가 많이 상해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잎을 보면 나무는 아직도 원기왕성하다. 다만 조경수처럼 너무 예쁘게 다듬어놓은 게 도리어 거슬린다. 드러나지 않을 듯 적당히 손질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2.10.07

다산길 2코스를 걷다

남양주 다산길은 13코스까지 만들어져 있다. 그중에서 2코스 일부를 오늘 걸어보았다. 다산길 2코스는 조안면 능내리 다산유적지와 중앙선 도심역을 연결하는 15km 길이다. 주로 한강변을 따라 길이 조성되어 있어 제일 경치가 좋은 코스다. 다산유적지에서 강변으로 나가면 2코스가 시작된다. 잠시 산길로 들어갔다가는 이내 다시 강과 만난다. 그뒤부터는 풍광 좋은 강변길이 북쪽으로 쭉 이어진다. 능내리는 연을 많이 심었다. 지금은 연근 수확철이다. 직접 연근을 팔기도 한다. 여름에 연꽃이 필 때는 한강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룰 것 같다. 여기를 나서면 1, 2, 3코스가 함께 만난다. 옛 철길을 보행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들었다. 옛날에 서울에서 고향을 오갈 때 이 철길을 이용했다. 그러나 선로가 옮겨가고..

사진속일상 2012.10.04

울릉도 / 유치환

동쪽 먼 심해선(沈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만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沈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 울릉도 / 유치환 아직 못 가본 섬들이 많다. 울릉도, 홍도, 흑산도, 백도, 청산도 등등. 외국으로만 눈을 돌릴 게 아니라 내 나라도 찾아가봐..

시읽는기쁨 2012.10.03

하늘고추

하늘을 향해 곧추선 고추가 신기하다. 먹기보다는 관상용으로 기르는 것 같다. 고추 자체가 꽃 역할을 한다. 여기에도 여러 품종이 있는데 뭉뚱그려 '하늘고추'라 불러본다. 하늘고추꽃도 우리 고추꽃과 달리 꽃으로서의 이름값을 한다. 순백의 꽃잎이 싱싱하고, 가운데 수술도 예쁘다. 역시 힘찬 고추다. 하늘고추의 재미있는 생김새가 집에서도 한번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열대가 원산지라니 우리나라의 뜨거운 여름에도 잘 맞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12.10.02

오이꽃

고향집에는 지금도 오이꽃이 핀다. 멀리서 보니 넝쿨에 노란 별이 달린 것 같다. 채소는 열매가 우선이니 꽃은 소홀히 하기 쉬운데, 무엇이든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오이꽃은 연노랑 색이 특히 곱다. 오이꽃에는 수꽃과 암꽃이 있다. 암꽃 밑에 오이가 달린다. 얘는 수꽃으로 보인다. 수정시킬 암꽃이 없으니 아무래도 홀아비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그러니까 때를 잘 맞춰 피어나야지, 어떡하니?

꽃들의향기 2012.10.02

2012 추석

1년 사이에 많이 변했다. 자식 둘은 출가를 했고, 조카며느리가 새로 들어왔다. 내 자식은 남의 집에 보내고, 그 반대로 새애기를 맞이하여 추석을 지냈다. 음식을 장만하면서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동생네한테는 경사스런 일이 연이어 생겼다. 후손들이 두루두루 잘 되는 걸 지켜보는 건 기쁜 일이다. 집안 운세가 이 가을 하늘처럼 맑게 펴졌으면 한다. 그래서 짙게 드리운 먹구름도 차차 걷혀 나갔으면 좋겠다. 추석 전날, 차례 준비를 마치고 산소를 찾아 조상님께 미리 인사 드렸다. 황금색 가을 들녘이 넉넉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농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것이 답답하고 서글프다. 마을에는 대문이 굳게 잠긴 집들이 많다. 옆집 친구 모친도 얼마 전에 돌아가셔서 빈 집이 되고 매물로 나왔다. 아직은 ..

사진속일상 201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