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스무여드렛날이었다 할머니는 밭에 씨를 뿌리러 갔다 오늘은 땅심이 제일 좋은 날 달과 토성이 서로 정반대의 위치에 서서 흙들이 마구 부풀어오르는 날 설씨 문중 대대로 내려온 농법대로 할머니는 별들의 신호를 알아듣고 씨를 뿌렸다 별과 별 사이의 신호를 씨앗들도 알아듣고 최대의 發芽를 이루었다 할머니의 몸속에, 씨앗 속에, 할머니 주름을 닮은 밭고랑 속에 별과의 교신을 하는 무슨 우주국이 들어있었던가 매달 스무여드레 별들이 지상에 금빛 씨앗을 뿌리던 날 할머니는 온몸에 별빛을 받으며 돌아왔다 - 달과 토성의 파종법 / 손택수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 명장이 바이올린을 만드는 데 쓸 나무를 고를 때, 나무의 나이나 재질만이 아니라 달의 위치까지도 고려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달이 수평선에 낮게 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