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미열이 남아있지만 가까운 수종사(水鐘寺)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일주문 바로 앞에까지 차를 갖다 대고 걸음은 최대한 아꼈다. 오늘 한낮은 봄기운마저 느껴질 정도여서 몸도 덩달아 나근나근해졌다. 산기슭 어딘가에 복수초라도 피어있을 것만 같았다. 어슬렁거리며 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법당에서는 누구의 삼우제를 지내는지 스님의 염불 소리가 계속 들렸다. 외래 방문객들이 몇몇 눈에 띄었을 뿐 평일의 절은 고즈넉했다. 다실인 삼정헌(三鼎軒) 앞 댓돌에는 등산화 몇 켤레가 놓여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실내 풍경이 너무 고와서 들어가기가 주저되었다. 수종사와 한음 이덕형 선생과의 인연에 대한 안내문이 새로 만들어져 있었다. 바쁜 중앙정치의 와중에도 한음은 절 아래 사제촌에 머물 때 자주 수종사를 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