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2 2

들길에 서서 / 신석정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不絶)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믄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들길에 서서 / 신석정 한 구절 때문에 오래 기억되는 시가 있다. 이 시의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도 그렇다. 무언가의 슬픔으로 인하여 이 구절을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었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은 게 인생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슬픔..

시읽는기쁨 2014.02.22

임진각

북쪽으로 드라이브 간 길에 임진각에 들렀다. 70년대에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적이 있었으니 거의 40년 만에 다시 찾은 셈이었다. 그때는 버스를 타고 통일로를 따라 여기까지 왔었다. 내가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즈음이었을 것이다. 월급을 모아 산 카메라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부모님 사진을 여러 장 찍어드렸다. 그런데 나중에 현상하려고 뒷 뚜껑을 열어보니 아뿔싸, 필름이 하나도 돌아가지 않았다. 초보가 필름을 잘못 장전해서 그냥 헛바퀴를 돈 것이었다. 그 뒤에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임진각 나들이가 아버지와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그때의 사진이라도 남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자유의 다리도 직접 걸어볼 수 있고, 기차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 도라산역까지도..

사진속일상 201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