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9 3

삼관

노년 행복의 조건이 '삼관'이라고 한다. 삼관은 관절, 관계, 관심거리다. 즉, 튼튼한 관절, 원활한 대인관계, 즐거운 관심거리가 있어야 노년의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관절이 튼튼하다는 건 본인이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다는 걸 뜻하니 넓게 말하면 건강하다는 뜻이다. 관절에 이상이 없어도 병석에 누워 있다면 아무 소용 없다. 어느 경우든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즐거움의 반은 포기한 셈이다. 나는 특히 걷기와 산을 좋아하니 행복의 조건으로 관절을 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가고 싶은 산을 다리 때문에 못 간다고 생각하면 더없이 불행해질 것 같다. 그래서 미래를 위하여 산길을 걸을 때는 조심한다. 특히 내려갈 때는 발을 세게 디디지 않도록 한다. 스틱이 없더라도 주의만 한다면 크게 문제..

참살이의꿈 2015.08.29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것이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시를 처음 읽는 순간 뭔가 번쩍 하고 뇌리를 친다. 그러면서 느낌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저 얼떨떨하다. 좋은 시는 대부분 그렇다. 이 시가 그랬다.

시읽는기쁨 2015.08.29

설매재 바둑

바둑에 미친 사람들이다. 다섯 명이 휴양림에 집 하나를 얻어서 주야장창 바둑만 두고 왔다. 잠자고 밥 해 먹는 시간만 빼고는 2박 3일 동안 내리 바둑만 두었다. 원래는 가까운 유명산에 등산할 생각이 있었지만 바둑에 취하다 보니 나설 마음이 안 생겼다. 좋아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짓이다. 회원 중 한 명이 곧 미국으로 이주한다. 자식이 전부 미국에 살고 있어 그곳으로 합류하는 것이다. 일흔 가까이 되어 이국 생활을 시작하는 심정이 착잡하기도 할 것이다. 이번 모임은 송별회 겸해서 만들어졌다. 4라운드까지 돌 계획이었으나 시간에 쫓겨 완결하지는 못했다. 마치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이 되었다. 안경을 안 가지고 가서 침침한 눈으로 바둑판을 들여다보느라 더 피곤했다. 방 하나에서 생활해야 하는 낡은 숙소도 ..

사진속일상 201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