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현관으로 가는데 젊은 여인이 앞에 가고 있다. 이럴 때는 속도를 늦춘다. 먼저 보내고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다. 모르는 사람과 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느릿느릿 걸어 들어가는데 복도 안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엘리베이터가 왔어요." 내가 뒤에 따라오는 걸 알고 같이 올라가기 위해 기다려 준 것이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대개 뒤에 오는 사람을 무시하고 먼저 올라간다. 나부터도 그렇다. 같이 타게 될까 봐 발걸음을 빨리 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닫힘 버튼을 부리나케 누른다. 못 된 짓이란 걸 알지만 그렇게 살아왔다. 사람 기척이 있는데도 미리 가버리는 행위는 얄밉다. 도시에서는 서로가 그런 무례를 주고받으며 산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올라가게 되었지만 기분은 무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