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2

투명인간

소설을 읽으며 영화 '국제시장'과 내내 비교되었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얘기를 풀어가는 결은 다르다. 영화가 가족을 위해 고생하며 오늘의 풍요를 이룬 세대의 자부심을 그렸다면, 소설 은 시대의 아픔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있다. 이런 관점의 영화가 제작되어 '국제시장'과 대비시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여러 화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주인공은 만수다. 부자였던 할아버지가 일제 때 독립운동과 연관되어 재산을 다 잃고 화전민이 사는 산골로 숨어든다. 아버지는 이런 할아버지가 못마땅해 글공부는 버리고 억척같이 땅을 일구며 가족을 부양한다. 만수는 육 남매 중 둘째 아들이다. 외모는 볼품없고 형제들 중 머리도 제일 나쁘지만 심성은 착하기 그지없다. 오직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읽고본느낌 2015.12.30

인간적이다

요사이는 짧고 가벼운 글을 주로 읽는다. 길고 무거운 주제는 감당하기 어렵다. 얼마 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를 인내심을 발휘해서 읽다가 중간에 포기했다. 무려 1천 페이지나 되는 대작이다. 호흡이 너무 느려서 이런 소설은 지금의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는 소설가 성석제의 짧은 이야기집이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한 편이 서너 장 정도밖에 안 되니 콩트에 가깝다. 굳이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고등학교 때 배운 용어로 장편소설(掌篇小說)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극장에서 팝콘을 먹듯 즐겁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러면서 짧은 글 속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만나는 것 같다. 소설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일상의 사건들이 모여 소설가의 부엌에서 맛난 음식으로..

읽고본느낌 201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