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행 열차가 도착합니다." '오이도'로 가는 전철을 4년 동안 타고 출퇴근했지만 정작 오이도에는 가보지 못했다. 어떤 장소는 차라리찾지 않아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오이도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때는 임영조 시인의 '오이도'라는 시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마음속 성지는 변방에 있다 오늘같이 싸락눈 내리는 날은 싸락싸락 걸어서 유배 가고 싶은 곳 외투 깃 세우고 주머니에 손 넣고 건달처럼 어슬렁 잠입하고 싶은 곳 이미 낡아 색 바랜 시집 같은 섬 - 오이도행 열차가 도착합니다 나는 아직도 그 섬에 가본 적 없다 이마에 '오이도'라고 쓴 전철을 날마다 도중에 타고 내릴 뿐이다 끝내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가슴속에 묻어둔 여자 같은 오이도 문득 가보고 싶다, 그 섬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