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 34

장자[197]

열자 선생은 궁색하여 용모에 굶주린 기색이 역력했다. 객이 이에 대해 정나라 재상 자양에게 간언을 했다. "열자는 모두가 도를 지닌 선비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가 군자의 나라에서 살면서 궁색하니 군자께서 도움을 주시지 않는다면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자양은 이 말을 들은 즉시 관리에게 명하여 그에게 곡식을 보내주었다. 열자 선생은 사자를 접견하고 재배한 후 곡식을 사절했다. 사자가 떠나고 열자가 방에 들어오자 그의 처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첩이 듣기로는 도인의 처자는 다 편안하게 산답니다. 지금 우리는 굶주리는 처지에 마침 군주께서 과분하게도 선생에게 양식을 보내셨는데 선생은 이를 받지 않으시니 어찌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열자 선생은 웃으면서 처에게 일러 말했다. "군주는 ..

삶의나침반 2012.03.05

아차산 큰바위얼굴

아차산에서 고구려 대장간마을이 있는 남쪽 사면에는 큰 암반이 드러나 있고 재미있게 생긴 바위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크기가 10m에 이르는 이 큰바위얼굴이 인기다. 일명 '배용준 바위'로 알려지면서 일본인들까지 찾아올 정도다. 트레커 시산제가 큰바위얼굴 위에 있는 넓은 마당바위에서 열렸다. 나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시산제가 끝난 뒤에 합류했다. 대성암에서 일행과 만났다. 전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는데대성암(大聖庵)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아름답다는 걸 새롭게 느꼈다.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의 풍경과 닮았다.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말 휴일이라 아차산에는 산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시산제 후 아차산을 한 바퀴 돌았는데 샛길을 다닌 덕에 한적한 걷기를 즐길 수 있었다.주 등산로..

사진속일상 2012.03.04

가벼운 농담 / 김동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이면 좋겠어 뻐꾸기 울어대는 산골이면 좋겠어 마루가 있는 외딴집이면 좋겠어 명지바람 부는 마당에는 앵두화 속절없이 벙글고 따스한 햇살 홑청처럼 깔린 마루에는 돌쩌귀처럼 맞댄 아랫도리 열불 나고 뻐꾸기 소리인지 곰팡이 슨 목울대에서 울리는 소리인지 모를 신음소리에 놀라 장독대 옆 누렁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그대로 마루에 벌렁 누워 아지랑이 몽롱한 한나절 늘어지게 낮잠 자면 좋겠어 그렇게 가벼운 농담처럼 사흘만 - 가벼운 농담 / 김동준 지지난 주 KBS TV '인간극장'에서는 곰배령 아래 강선마을에 사는부부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눈에 묻힌 산골 오지마을에서 때 묻지 않고 동화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고 부러웠다. 사람은 자신이 걸어보지 못한 길을 선망하게 되는 것 같다.내가 저들 ..

시읽는기쁨 2012.03.02

평화의 섬을 평화롭게 하라

어제 정부에서는 주민과 시민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적, 전략적으로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마침 이번 주 가톨릭 주보에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에서 배부한 유인물이 들어 있었다. 4쪽으로 된 만화인데 해군기지 건설의 실상과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내용을 옮긴다. 제주 강정마을 "떠나요~ 둘이서~ 제주도 푸른 밤 아래~"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며, 가슴 설레일 만큼 아름다운 제주 "그 중에서 이곳 강정마을은 더욱 아름다워요." 길이 1.2km, 너비 150m에 달하는 통바위인 구럼비 바위가 있고, 대규모 역사 유물과 멸종 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 맹꽁이가 살만큼 깨끗하고, 바다에서는 돌고래가 자맥질하며 뛰놀고..

길위의단상 201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