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 33

서울의 울란바토르 / 최영미

어떤 신도 모시지 않았다 어떤 인간도 섬기지 않았다 하늘에서 떨어진 새처럼 나 홀로 집을 짓고 허무는데 능숙한 나는 유목민. 농경 사회에서 사느라 고생 좀 했지 짝이 맞는 옷장을 사지 않고 반듯한 책상도 없이 에어컨도 김치냉장고도 없이 차도 없이 살았다 그냥. 여기는 대한민국. 그가 들어가는 시멘트 벽의 크기로, 그가 굴리는 바퀴의 이름으로 평가받는 나라. 정착해야, 소유하고 축적하고 머물러야, 사랑하고 인정받는데 누구 밑에 들어가지 않고 누구 위에 올라타지도 않고 혼자 사느라 고생 좀 했지 내가 네 집으로 들어갈까? 나의 누추한 천막으로 네가 올래? 나를 접으면, 아주 가벼울 거야 - 서울의 울란바토르 / 최영미 시인의 신작 시집 에 실린 시다. 최영미 시인하면 가 강렬하게 새겨져 있다. 약간은 당돌하..

시읽는기쁨 2013.06.02

구슬갓냉이

작년에 단임골에서는 산괴불주머니 꽃밭을 구경했는데 올해는 구슬갓냉이 노란 꽃을 실컷 보았다. 한 달 차이가 나니 꽃의 종류도 완연히 달라졌다. 구슬갓냉이는 이맘 때쯤 산이나 들에서 만날 수 있다. 줄기는 60cm까지 자라고 냉이의 특징대로 작은 꽃이 다닥다닥 핀다. 특히 물가를 좋아해서 냇가를 따라 구슬갓냉이가 피어 있으면 마치 노란색 물감을 들인 것 같다. 늦봄과 초여름의 정취를 돋워주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3.06.01

2013 단임골

올해는 봄의 끝자락에 단임골에 다녀왔다. 계절이 한층 더 짙어진 때였다. 예년과 달리 단임골에서는 점심 식사와 산책을 하고, 중봉계곡에 있는 봄봄 님의 집에서 일박을 했다. 인연이 또 다른 인연과 연결되었다. 단임골은 지금이 자연의 기운이 가장 왕성할 때라고 한다. 자연농법으로 기르는 텃밭은 온갖 풀이 무성했다. 우리는 야채와 잡초를 구분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모든 게 먹을거리가 된다. 어느 게 특별히 대접 받을 필요는 없다. 단임골 텃밭은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리 선생님은 여전하셨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상은 사상누각과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꽃순이와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 가 본 '봄봄'님의 집..

사진속일상 201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