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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나무꽃

20여 년 전 실업고에서 근무할 때 '쥐똥'이라는 별명을 가진 분이 있었다. 교장보다 더 실권이 있다는 실과부장이었는데, 키가 작고 얼굴이 까매서 누군지 몰라도 별명 하나는 기막히게 잘 지었다고 모두가 킥킥거렸다. 이 분은 카리스마가 있었지만 그래선지 가끔은 소외된 이들의 원성도 들었다. 사람들은 앞에서는 꼼짝 못하다가 뒤돌아서서는 "쥐똥만 한 것이!"라면서 투덜거리곤 했다. 쥐똥나무를 보면 그때의 재미있었던 풍경이 떠오른다. 쥐똥나무는 울타리 대용으로 많이 심는다. 집 앞 도로에도 이 쥐똥나무가 차로와 인도를 구분하기 위해 심어져 있다. 걸어가노라면 꽃향기가 코를 찌른다. 강도가 라일락 향기와 비슷할 것이다. 온갖 곤충들이 꾀는 것도 당연하다. 열매가 새까맣고 동글동글한데, 그래서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

꽃들의향기 2014.06.02

어제를 향해 걷다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 일순위가 일본 가고시마 남쪽에 있는 야쿠시마[屋久島]라는 섬이다. 수천 년 된 나무들이 자라는 미야노우라 산에는 수령이 7,200년이나 되는 조몬 삼나무가 있다. 이 나무를 찾아뵙고 경배하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 조몬 삼나무를 찾아가는 다큐영화 '시간의 숲'이 2년 전에 개봉되기도 했다. 그리고 야쿠시마는 야마오 산세이[山尾三省, 1938~2002] 선생이 살았던 곳이다. 마침 선생이 쓴 산문집 를 읽었다. 표지에는 선생에 대한 소개가 이렇게 적혀 있다. "시인이자 농부였고 철학자이기도 했던 야마오 산세이는 졸업장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비겁한 사람이나 하는 일이라며 와세다 대학 3학년 때 학업을 접고, 1960대 후반부터 '부족'이란 이름으로 대안 문화 공동체 운동을 시작했다..

읽고본느낌 2014.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