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 시간 선원사 지나다 보니 갓 핀 붓꽃처럼 예쁜 여스님 한 분 큰스님한테 혼났는지 무엇에 몹시 화가 났는지 살풋 찌푸린 얼굴로 한 손 삐딱하게 옆구리에 올리고 건성으로 종을 울립니다 세상사에 초연한 듯 눈을 내리감고 지극정성 종을 치는 모습만큼이나 그 모습 아름다워 발걸음 멈춥니다 이 세상 아픔에서 초연하지 말기를, 가지가지 애증에 눈감지 말기를, 그런 성불일랑은 하지 말기를 들고 있는 그 번뇌로 그 번뇌의 지극함으로 저 종소리 닿는 그 어딘가에 꽃이 피기를.... 지리산도 미소 하나 그리며 그 종소리에 잠기어가고 있습니다 - 아름다운 번뇌 / 복효근 절에 가면 불이문(不二門)이 있다. 해탈과 번뇌, 정토와 예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더 깊은 뜻이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들인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