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에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친구가 있었다. 성격뿐만 아니라 공부나 노는 방식도 비슷했다. 전공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한 점도 닮아서 같이 고시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다. 자연히 둘이서 어울려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시기도 비슷했다. 강의실에서 만나는 타과 여학생에 마음을 뺏긴 것이다. 속으로 애만 태웠던 나에 비해 친구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여학생이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에 가입해서 안면을 익히며 접근했다. 그러나 진도는 상당히 느렸다. 친구는 진행 상황을 수시로 나에게 들려주었지만 몇 달이 지나도 데이트 한 번 하지 못했다. 그럴수록 친구의 속앓이도 점점 깊어졌다. 내 코가 석 자이기도 한 나는 도움을 줄 위치에 있지 않았다. 하소연을 들어주고 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