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산문집이다. 새로 쓴 글도 있고, 예전에 발표되었던 글도 들어 있다. 밥, 돈, 몸, 길, 글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글이 묶여 있다. 작가의 생각을 종합적으로 읽을 수 있으나 잡화점에 들어간 듯 산만한 감도 있다. 글은 역시 김훈 만의 색깔이 드러난다. 문체만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눈길이 특이하다. 작가의 안테나는 세상살이의 스산함에 주파수가 맞춰 있는 것 같다. 존재하는 것에 대한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이 모든 문장에 들어 있다. 작가는 '낮고 순한 말로 이 세상에 말을 걸고 싶은 소망'이 글을 쓰게 한다고 말한다. 또한 김훈의 글에서는 삶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묻어난다. 글 쓰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런 진지함이 느낌의 깊이를 아득하게 한다. 사소해 보이는 존재나 현상에서도 의미를 찾아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