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인간에 내재하는 특수한 악마성을 부정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을 대량 학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아이히만은 가정에 충실한 모범적 시민이었다. 누구라도 악인이 될 수 있다. 반인륜적이거나 반민족적 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이라고 아렌트는 말했다. 매국노로 비난받는 이완용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격적으로 이완용은 술도 마실 줄 모르고 여자도 밝히지 않았으며, 시문과 서예를 낙으로 삼은 전형적인 조선 선비였다. 조선 왕실 입장에서는 끝까지 충성을 바친 충신이기도 했다. 더구나 친일로 돌아서기 전까지는 독립협회 회장을 맡으며 독립문을 세웠다. '독립문'이라는 글씨도 이완용이 쓴 것이다. 이완용을 변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매국노라고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