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행복의 역습

샌. 2014. 7. 8. 11:10

미국 의사가 쓴 이 시대를 경고하는 책이다. 원제는 '인공행복(Artificial Happiness)'이다. 지은이는 정신작용 약물, 대체의학, 운동요법 등으로 주어지는 인공행복에 대한 맹목적 추구를 비판한다. 그러한 행복 찾기는 인간을 현실에서 유리시키고 진실을 무시하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인공행복은 삶은 비참한데 약물 등의 도움을 받아 마음만은 행복을 느끼는 상태다. 불행은 사라졌지만 불행의 원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공행복의 특징은 삶을 부정하는 힘이다. 인공행복을 경험하는 사람은 비참한 삶도 비참하게 여기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다지 고통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나쁜 일이 있어도 기분은 여전히 유쾌하다. 이들은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지만, 그러한 삶의 경험이 깊은 내면을 관통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하나의 계층을 형성할 만큼 '인공행복 미국인' 수가 엄청나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불행이 질병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불행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되었고 과학자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신경전달물질을 찾아냈다. 의사는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를 처방만 하면 된다. 대체의학이나 운동요법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강박적 운동에 의한 행복감도 인공행복의 일종이다.

 

불행은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삶을 변화시키라는 경고의 소리인데 인공행복은 이를 묵살한다. 의사는 오직 현재의 고통을 제거하는 데만 집중한다. 그럼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변화를 막고 있다. 중증 우울증은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증 우울증은 꼭 약물에 의지할 필요는 없다. 약물에 의한 기분의 호전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연장시킬 뿐이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존이 있다. 비록 불행한 결혼이지만 아들을 잃고 싶지 않았던 존은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아내를 떠날지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큰 결정을 내릴 때 여러 가지 상충하는 생각과 감정에 휩싸인다. 존은 복잡한 생각을 하는 대신 프로작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백해버렸다. 그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누가 그 결정을 내린 것일까? 존, 아니면 프로작에 의지하는 존?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진짜 존은 한밤중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누워서 천장을 응시하며 아내에 대한 끔찍한 생각을 한다. 프로작에 의지하는 존은 만족하며 살고 편안히 잠을 잔다. 프로작은 중요한 순간에 존을 마비시킴으로써 그의 삶을 빗나가게 했다. 약이 없었다면 존은 아마 이혼을 결행했을 것이다. 존이 프로작의 영향 하에 결혼생활을 유지하겠다고 내린 결정 때문에 그의 미래마저 프로작에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도록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가면 갈수록 아내와 평생을 보내야 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이로 인해 그는 더욱더 결사적으로 프로작에 매달릴 것이다.

 

인공행복은 우리로 하여금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현재 상황이 최악일지라도 현재에 안주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선택의 결과를 보지 못하게 감추든가 하는 식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자연스런 의사결정 과정을 방해한다. 의사들은 약물과 대체의학, 강박적 운동을 권하면서 이러한 마음의 마비를 선동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불행을 삶과 분리해서 사고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면서 항상 인공행복을 추구하려 든다.

 

이러한 경향은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의 이들은 아동기부터 슬픈 감정을 없애도록 인공행복을 주입받는다. 슬픔을 회피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 되고, 삶에 어려움이 닥치면 다시 인공행복을 찾는다. 실제적인 해결책을 향해 한걸음도 내디디지 못한 채 주기적인 마비화를 통해 의식의 성장이 억제된다. 그들은 행복한 성인이 되고 행복한 노인이 되며 일생 동안 불행을 다루기 위해 동일한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미래 사회와 비슷하다. 거기서 사람들은 소마(soma)라는 약을 먹고 행복감을 느끼는데, 정부는 국민을 훨씬 쉽게 다룰 수 있다. 소마가 사람들을 통제해주기 때문에 경찰은 강압적인 수단을 쓸 필요가 없다.

 

부제가 '행복 강박증 사회가 어떻게 개인을 병들게 하는가'인데, 무분별한 행복 추구가 인간의 영혼을 망가뜨리지나 않는지 지은이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삶의 근본적 진실을 무시한 행복은 가짜 행복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지은이의 마지막 말이다.

 

"모두에게 진정한 행복의 본질이 되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우리는 질문에 대한 답을 동네 헌책방에 가서도 찾을 수 있다. 5만 원을 주고 세계의 위대한 신념과 철학에 대한 책을 몇 권 사서 한 달만 열심히 읽어보라. 인류가 지금까지 고민해 온 문제, 즉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 이렇게 얻은 답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행동을 변화시켜 나가면 된다. 그리고 양심에 맞게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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