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다. 모든 행복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그 중심에 '휘게(hygge)'가 있다. 덴마크어인 휘게는 어떤 특정한 단어로 번역하기 어렵다. 휘게는 설명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으로, 정취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잠옷을 입고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것, 여름휴가 기간에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는 것 같은 것이 휘게다.
'휘게 라이프'는 덴마크인이 가장 사랑하는 삶의 모습이다. 휘게 라이프는 간소한 것,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다.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 자극적인 것보다는 은은한 분위기를 즐기는 삶이다. 단순하고 느린 삶이다. 여기서 덴마크인의 행복이 나온다.
'덴마크 행복의 원천'이라는 부제가 붙은 <휘게 라이프>는 편안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덴마크인 삶의 방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코펜하겐에서 행복 연구소를 운영하는 마이크 비컹이 썼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북유럽에서 온 선수들이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여가 시간만 아니라 선수들이 출발하는 순간에도 코치들이 옆에서 뜨게질을 하고 있었다. 각박한 현실에서 찾는 여유, 이것이 바로 '휘게스러운' 장면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책에는 휘게 10계명이 나오는데, 휘게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1. 분위기 -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다.
2. 지금 이 순간 - 현재에 충실한다. 휴대전화를 끈다.
3. 달콤한 음식 - 커피, 초콜릿, 쿠키, 케이크, 사탕, 더 주세요!
4. 평등 - '나'보다는 '우리'. 뭔가를 함께하거나 TV를 함께 시청한다.
5. 감사 - 만끽하라.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일지도 모른다.
6. 조화 - 우리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당신을 좋아한다. 당신이 무엇을 성취했든 뽐낼 필요가 없다.
7. 편안함 - 편안함을 느낀다. 휴식을 취한다. 긴장을 풀고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8. 휴전 - 감정 소모는 그만. 정치에 관해서라면 나중에 얘기한다.
9. 화목 -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관계를 다져보자. "기억나? 우리 저번에...."
10. 보금자리 - 이곳은 당신의 세계다. 평화롭고 안전한 장소다
휘게는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혼자보다는 가까운 사람과 함께 할 때 행복감이 더 커진다.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는 가까운 사람과 느끼는 유대감이 매우 중요하다. 덴마크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로만 소규모 모임을 선호한다. 서너 명 정도가 휘게하기에 가장 적당한 인원수라고 생각한다.
휘게는 어쩌면 내향적인 사람에게 어울리는 사교 방식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많은 사람보다는 소수의 가까운 친구와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분주하기보다는 느긋해야 하고, 시끄럽기보다는 조용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사귐이다. 한국의 여가 문화와는 많이 대비된다.
세계에서 양초와 초콜릿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덴마크다. 모두 휘게 라이프와 관련이 있다. 양초, 벽난로, 따뜻한 음료, 음악, 책, 보드게임, 요리하기, 궂은 날씨, 케이크, 크리스마스 등이 휘게와 연관된 단어들이다. 휘게는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이다. 덴마크 행복의 비밀이 휘게 라이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