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손주가 찾아오면 조용하던 집안이 시끌벅적해진다. 뛰어다니고 재잘거리고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깔깔댄다. 손주를 지켜볼 때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저 나이일 때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요사이 같으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남기지만 그때는 카메라가 너무 귀한 물건이었다. 내 10살 이전의 사진은 딱 한 장이 있을 뿐이다. 어린 시절을 유추할 기록이 없으니 오로지 희미한 몇 개의 기억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에피소드 하나. 여섯 살 무렵이었으리라. 할머니를 따라 오일장에 간 날이었다. 할머니는 머리에 이고 간 곡식을 팔고 필요한 물건을 샀다. 빗자루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값만 치르고 빗자루는 가게에 두고 오는 것이었다. 그런 할머니가 이상했지만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