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4

다읽(6) - 백범일지

'다시 읽기' 여섯 번째는 다. 20년 전쯤에 이 책을 처음 읽고 백범 선생의 인물됨에 크게 감명받았다. 독립운동을 한 정치가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선생의 나라 사랑과 조국에 헌신한 삶을 접하고 경탄과 함께 가슴이 뛰었다. 다시 읽어봐도 마찬가지다. 선생은 영웅호걸의 면모를 갖춘 분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별 의미가 없지만, 만약 선생이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이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도자로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선생이 반대파에 의해 암살당한 것은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때 잘못 끼운 단추로 인해 아직도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에는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시대에 조국을 ..

읽고본느낌 2020.10.24

2016. 12. 9.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여섯 차례에 걸쳐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매운 시민의 외침이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남아있지만, 대통령 퇴진이라는 시민의 요구를 결코 무시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 2016년 12월 9일, 이날은 역사에 시민 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 농단에 분개했지만, 촛불을 통해 시민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헌법 1조의 생생한 교육장이었다. 어떤 어둠의 세력도 빛을 이길 수는 없다. 수백만 명이 모였지만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폭력 사태와 계엄령 선포라는 대혼란을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은 분노를 표현하되 마치..

길위의단상 2016.12.12

두 일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인간됨을 알아보는 데는 짧은 단편으로도 충분하다. 리영희 선생의 글에 나오는 두 사람에 대한 일화다. 1 구한 말 한국 조정의 고문으로 와 있던 스티븐슨이 미국으로 돌아가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조선은 독립할 자격이 없는 민족이다. 앞으로 일본의 속국이 되어 보호를 받아 마땅하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여 민족의 분노를 샀다. 그때 그 보도를 보고 격분한 교포 2명이 부두에서 스티븐슨을 저격했다. 두 의사들은 살인죄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조선인 변호인을 찾아야 할 텐데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다. 이때 동변상련의 처지에 있던 유대인들이 무료변론을 해주겠다고 나왔다. 그런데 또 통역을 누가 해야 할지 문제가 되었다. 교포사회에 이름도 있고 미국에서 ..

길위의단상 2014.04.01

마곡사 향나무

마곡사(麻谷寺)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몸을 피해 다니다가 숨어지내기 위해 행자 시절을 보냈던 절이다. '백범일지'에는 그 과정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중이 되려면 제일 먼저 자기 마음을 낮추어야 한다고 하며,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금수나 곤충에게까지 자기 마음을 낮추지 않으면 지옥의 고통을 받는다고 하였다. 전날 밤 나를 찾아와 자기 상좌가 되어 달라고 할 때에는 지극히 공손하던 하은당부터 “얘, 원종아”를 기탄없이 부르고, “생긴 것이 미련스러워서 고명한 중은 되지 못하겠다. 얼굴이 어쩌면 저다지도 밉게 생겼을까? 어서 나가서 물도 긷고 나무도 쪼개거라.”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망명객이 되어 사방을 떠돌아다니던 때에도 내게는 영웅심과 공..

천년의나무 2008.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