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가 고추 따는 일을 도와드렸다. 고작 두 시간 정도 되었을까, 고추밭에서 나오니 손톱에는 온통 풀물이 들어 있고, 양손의 엄지손가락이 얼얼했다. 고추를 따느라 엄지가 눌려서 압박을 받은 탓이었다. 나중에는 건드리기만 해도 아팠고, 그날 밤은 잠을 설쳤다. 사흘이 지난 아직까지 통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손은 내 몸에서 콤플렉스 중 하나다. 내 손은 유난히 조그맣다. 여자 손보다 더 여자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언제부턴가 나는 악수하기가 싫어졌다. 다른 사람의 크고 투박한 손에 잡히면 나는 이미 한 수 접히고 들어간다. 더구나 기를 죽이려는 듯 한 마디를 보태는 사람도 있다. "야, 남자 손이 뭐 이 모양이냐?" 아무리 감추려 해도 손을 통해 백면서생이라는 게 들통나 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