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2

다읽(26) - 무서록

왜 이 책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요즈음 같은 심란한 상황에서의 도피일까, 어느 날 이태준의 수필집인 이 떠올랐고, 매일 조금씩 읽고 있다. 번잡한 속세에게 벗어나 깊은 산속에서 흐르는 맑은 개울물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속기(俗氣)와는 거리가 먼 담백하고 정갈한 글에서 위안을 받는다. 동시에 이 글에서 보여주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니 어쩌랴. 이번에 읽으면서 제일 다가온 글은 '고독'이었다. 한 단어 한 단어 귀이 여기며 옮겨 적었다. 고독 댕그렁!가끔 처마 끝에서 풍경이 울린다.가까우면서도 먼 소리는 풍경 소리다. 소리는 그것만 아니다. 산에서 마당에서 방에서 벌레 소리들이 비처럼 온다.벌레 소리! 우는 소릴까! 우는 것으로 너무 맑은 소리! ..

읽고본느낌 2025.08.09

무서록

H의 자리에 찾아갔더니 책상 위에 이있다. 몇 해 전에 가보았던 '수연산방'의원 주인이었던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이 쓴 수필집이라고 한다. 아직 다 읽지도 않은 H의 양해를 얻고 책을 빌린 뒤이번 주말에 집에서 읽었다. 이태준의 는 한 번 읽어본 적이 있으나 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그것은 그가 월북작가이기 때문에 교과서에 소개가 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1930 년대에는 '상허의 산문, 지용의 운문'이라 할 정도로 그는 이름난 문장가였다고 소개되고 있다. 은 말 그대로 '두서없이 기록한 글'이라는 뜻이니, 지금 말로는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감히 그의 글을 품평할 수는 없으나, 글이 담백하고 정갈하며 고전적인 아취를 풍긴다는 것은느낄 수가 있다. 다만 일말의 브루주아적인 고..

읽고본느낌 200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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