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책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요즈음 같은 심란한 상황에서의 도피일까, 어느 날 이태준의 수필집인 이 떠올랐고, 매일 조금씩 읽고 있다. 번잡한 속세에게 벗어나 깊은 산속에서 흐르는 맑은 개울물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속기(俗氣)와는 거리가 먼 담백하고 정갈한 글에서 위안을 받는다. 동시에 이 글에서 보여주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니 어쩌랴. 이번에 읽으면서 제일 다가온 글은 '고독'이었다. 한 단어 한 단어 귀이 여기며 옮겨 적었다. 고독 댕그렁!가끔 처마 끝에서 풍경이 울린다.가까우면서도 먼 소리는 풍경 소리다. 소리는 그것만 아니다. 산에서 마당에서 방에서 벌레 소리들이 비처럼 온다.벌레 소리! 우는 소릴까! 우는 것으로 너무 맑은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