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6

봉은사 홍매

봉은사 홍매는 서울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피었다. 지금이 만개 상태인데 색깔은 예상보다 선명하지 못했다. 지난 1월의 강추위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봉은사에는 꽃 구경하며 산책하며 두 시간 정도 머물렀다. 홍매 외에도 백매, 산수유도 활짝 폈고 제비꽃도 눈에 띄었다. 봄한테서 기습 공격을 받은 느낌이었다. 참새들이 홍매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놀고 있었고, 옆의 나무 높은 곳에서는 흰꼬리수리(?)가 먹잇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을 다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시골 학교 운동회의 만국기를 보는 것처럼 설레었다. 사월 초파일 부근에 다시 한번 찾아와봐야겠다. 20여 년 전 봉은사 옆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했을 때는 점심을 먹고 나면 봉은사 숲길..

꽃들의향기 2023.03.14

봄이 오는 소리

바둑과 당구로 놀기 위해 분당에 나갔다가 여수천 길가에서 활짝 핀 홍매를 봤다. 봄이 이미 이렇게 가까이 왔구나, 하고 화들짝 놀랐다. 오늘 낮 기온은 20도 가까이 올라서 두껍지 않은 점퍼인데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제 곧 생명의 합창이 봇물 터지듯 뿜어져 나올 것이다. 새들도 짝을 찾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일 때다. 홍매 곁에 있던 이 새 이름은 뭘까? 밀화부리? 집에서 분당을 오갈 때는 버스를 이용하는데 작년부터 전기버스가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내연기관 엔진에 비해 진동이나 소음이 적고 좌석도 넓어서 쾌적하다. 우리 동네 길섶에서는 개불알풀꽃과 냉이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저께 살필 때는 없었는데 어제 오늘 사이에 핀 꽃이다. 나로서는 동네에서 작은 풀꽃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봄의 시작이..

사진속일상 2023.03.06

통도사 자장매

경남 양산 통도사(通度寺)에 있는 홍매다. 1600년대에 통도사의 스님들이 사찰을 창건한 자장율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심었다고 해서 자장매(慈藏梅)라고도 불리운다. 그렇다면 300년이 넘은 매화나무다. 지난 22일에 찾아보았는데 막 만개한 상태였다. 그런데 붉은 색깔이 바랜 듯 선명하지 못해 살짝 아쉬웠다. 부근에 있는 다른 홍매와 차이가 두드러졌다. 어쨌든 딱 알맞은 때에 통도사 자장매를 만나게 되어 기뻤다. 다른 일정에 쫓겨 통도사 홍매만 만나고 돌아선 날이었다.

꽃들의향기 2023.02.24

화엄사 홍매

어머니와 고흥에서 올라오는 길에 화엄사에 들렀다. 홍매를 보기 위해서였다. 재작년 봄에 직장 동료들과 가서 처음 만난 화엄사 홍매가 워낙 인상에 남았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주가 화엄사 홍매의 절정기다. 화엄사 홍매는 나무의 자태와 함께 꽃 색깔이 유난히 붉고 진하다. 오죽하면 흑매(黑梅)라는 별칭이 있을까. 누구나 이 나무 앞에서 한두 번의 감탄사로는 부족하리라.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셔서 나는 30분 정도의 여유밖에 없었다.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사진 찍느라 분주하기만 했다. 반면에 느릿느릿 걸으시며 지긋이 눈으로 바라보시는 분이 계셨다. 그 모습이 꽃만큼 아름다웠다. 사진을 왜 찍는가, 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어딜 가면 카메라부터 챙기는 걸 보니 나도 어지간히 중독된 모양이다.

꽃들의향기 2021.03.19

서대문독립공원 홍매

산청의 정당매(政堂梅)가 고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고매화(古梅花)를 감상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다. 서대문독립공원을 산책하다가 홍매를 만났다. 탐매 행렬에 끼여 남녘까지 달려가진 못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매화도 색달랐다. 어쩜 색이 이리 고울 수 있을까. 매화는 가까이서보다는 약간 떨어져서 볼 때 더 운치 있다. 눈이라도 살포시 덮인다면 금상첨화이리라.

꽃들의향기 2014.03.24

만첩홍매화

홍매화 중에서도 꽃잎이 겹으로 피어나는 만첩홍매화는 눈부시게 화려하다. 너무나 밝고 붉어서 가까이 가면 불에 데이는듯 뜨거운 열기에 휩싸일 것만 같다. 그래서 고전적인 매화의 이미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은은하고 담백한 맛과는거리가 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화려하고 원색적인 꽃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꽃은 가까이서보다는 멀리서 볼 때면 그런 대로 괜찮다. 그러고보니 매화라고 불리는 꽃에도 종류가 많다. 색깔에 따라 이름이 붙었는데, 흰매화, 청매화, 황매화, 홍매화에 겹꽃들까지 보태진다. 어느 색깔이든 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다만 꽃을 바라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오의 감정이 다를 뿐이다. 꽃은 사람을 의식해서 자신을 이쁘게 단장하는 것이 아니다.

꽃들의향기 2008.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