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4 2

귀룽나무꽃

귀룽나무에 꽃이 피면 나무 전체가하얀 꽃다발로 변한다. 면사포를 쓴5월의 신부처럼 이때가 가장 아름다운 한 시절이다. 요사이 밖에 나가면 금방 눈에 띈다. 귀룽나무의 특징이 드러날 때는 이른 봄에도 있다. 다른 나무들은 아직 새잎을 내지 않은 때, 귀룽나무가 제일 먼저 초록의 잎을 피운다. 말 그대로 독야청청이다. 귀룽나무는 한자로는 구룡목(九龍木)이다. 물가를 좋아하는데 자라면 덩치가 상당히 큰 편이다. 나에게는 북한산 등산로에 있는 귀룽나무가 제일 기억에 남아 있다. 뭇 나무들에 비해 자태가 압도적이었다. 꽃 필 때 찾아가 본다 했는데 올봄도 어느덧 지나가 버리고 있다.

꽃들의향기 2012.05.04

화엄 세계 읽다 / 김정원

초가집 그을음 새까만 설거지통 옆에는 항시 큰항아리 하나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설거지 끝낸 물 죄다 항아리에 쏟아 부었다 하룻밤 잠재운 뒤 맑게 우러난 물은 하수구에 흘려보내고 텁텁하게 가라앉은 음식물 찌꺼기는 돼지에게 주었다 가끔은 닭과 쥐와 도둑고양이가 몰래 훔쳐 먹기도 하였다 하찮은 모음이 거룩한 살림이었다 어머니는 뜨거운 물도 곧장 항아리에 쏟아 부었다 그냥 하수구에 쏟아 붓는 일은 없었다 반드시 하룻밤 열 내린 뒤 다시 만나자는 듯 곱게 온 곳으로 돌려 보냈다 하수구와 도랑에 육안 벗어난 존재들 자기 생명처럼 여긴 배려였으니, 집시랑물 받아 빨래하던 우리 어머니들 마음 經도 典도 들여다본 적 없는 - 화엄 세계 읽다 / 김정원 터의 문제가 아니라 먼저 마음의 문제란 걸 단임골 다녀온 후 새롭게 ..

시읽는기쁨 2012.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