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1 3

시인의 서랍

이정록 시인의 재미있는 산문집이다. 유년 시절의 추억을 중심으로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 감명 깊게 그리고 있다.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가장 중심 되는 인물은 시인의 어머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에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다. 시인이 시를 쓰는 소재도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얻는 것 같다. 시인이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는 곧 나의 얘기이기도 하다. 다른 아이보다 두 살 일찍 학교에 들어가 약자로 시달리면서 자란 이야기는 무척 공감된다. 또 현재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시인의 학교 현장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시인이 떠올리는 어릴 적 풍경에는 이런 게 있다. '잔치를 준비중인 할머니께서 두부를 만들고 난 뜨거운 국솥 찌꺼기를 가지고 부엌에서 나오신다. 외양간 구유도 돼지집 밥통도 이미 가..

읽고본느낌 2012.11.01

유배지의 여덟 취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를 읽고 있다. 7세 때부터 시를 짓기 시작해 74세 되던 해에 아내와의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시가 마지막이었다니 선생의 일생은 시와 함께 했다고 할 수 있다. 선생의 시를 통해 내면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고, 고상한 인품도 느껴볼 수 있어서 좋다. 유배지에서 쓴 시 중에 '유배지의 여덟 취미'라는 게 눈에 띈다. 18년이라는 긴 유배 생활을 선생만큼 아름답게 승화시킨 분도 없을 것이다. 책 읽고 글 쓰는 외에 선생은 유배지에서 어떤 취미를 가지고 살았을까? '유배지에서의 여덟 취미' - 바람에 읊조리기, 달구경, 구름 보기, 비 바라기, 산에 오르기, 물가에 가기, 꽃구경, 버드나무 완상하기 - 를 보며 선생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읽는다. 바람에 읊조리기 서풍은 집을 지나오고 동..

참살이의꿈 2012.11.01

가을에 만난 가우라

가우라(Gaura)는 봄부터 가을에 걸쳐 꽃을 피우지만, 그래도 늦가을에 만나는 가우라는 느낌이 색다르다. 꽃 색깔이 화사한 봄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복사꽃 같은 설렘을 느끼게 하는 꽃이다. 가우라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외래종이다. '춤추는 나비(Whirling Butterfly)'라는 별칭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가우라는 분홍색 나비를 닮았다. 조경용으로 심어진 가우라를 자주 볼 수 있다.

꽃들의향기 201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