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2 3

굶주리는 백성 / 정약용

1 우리 인생 풀과 나무와 같아 물과 흙으로 살아간다네. 힘써 일해 땅엣것을 먹고 사나니 콩과 조를 먹고 사는 게 옳건만 콩과 조가 보석처럼 귀하니 무슨 수로 혈기가 좋을쏘냐. 야윈 목은 고니처럼 구부러지고 병든 살은 닭 껍데기처럼 주름졌네. 우물이 있어도 새벽에 물 긷지 않고 땔감이 있어도 저녁에 밥 짓지 않네. 팔다리는 그럭저럭 놀리지만 마음대로 걷지는 못한다네. 너른 들판엔 늦가을 바람이 매서운데 저물녘 슬픈 기러기는 어디로 가나? 고을 원님이 어진 정치를 하고 사재(私財)로 백성 구휼한다기에 관아 문으로 줄지어 가 끓인 죽 우러르며 앞으로 나서네. 개돼지도 버리고 돌아보지 않을 것을 사람이 엿처럼 달게 먹는구나. 어진 정치는 기대도 않았고 사재 털기도 기대치 않았네. 관아의 재물은 꽁꽁 숨겼으니 ..

시읽는기쁨 2012.11.02

지경리 느티나무

이런 나무를 보면 너무 안스럽다. 옛날에는 마을 어귀에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던 나무였을 것이다. 앞길로는 고작 달구지나 마차가 지나가는 한적한 곳이었다. 그런데 바로 옆으로 아스팔트 도로가 뚫리고 자동차가 쌩쌩 달리게 되었다. 통행에 방해된다고 도로 쪽 나뭇가지는 잘려나갔다. 밤낮없이 소음과 불빛에 시달려야 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나무 주변은 온통 시멘트로 발랐다. 더는 나무 밑에 와서 쉬는 사람도 없다. 농촌의 많은 당산나무가 이런 신세로 전락했다. 그래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2.11.02

Daughter of Dictator

우연히 어제 날짜 'Asianews'에서 여당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씨를 'the daughter of a dictator'(독재자의 딸)로 소개하고 있는 걸 보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통상적으로 외국 언론들은 그렇게 쓰고 있었다. 'Dictator's Daughter', 'Daughter of Dictator'가 전형적인 표현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박정희는 'President'로 보다는 'Dictator'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언론은 좀 더 자세히 'Military Dictator'(군인 독재자), 'Assassinated Dictator'(암살된 독재자)로 적고 있다. 영어 사전에서 'dictator'를 찾아보면 예문에는, 독일의 히틀러, 스페인의 프랑코, 튀니지의 벤 알리, 리비아의 가다피..

길위의단상 201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