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인생 풀과 나무와 같아 물과 흙으로 살아간다네. 힘써 일해 땅엣것을 먹고 사나니 콩과 조를 먹고 사는 게 옳건만 콩과 조가 보석처럼 귀하니 무슨 수로 혈기가 좋을쏘냐. 야윈 목은 고니처럼 구부러지고 병든 살은 닭 껍데기처럼 주름졌네. 우물이 있어도 새벽에 물 긷지 않고 땔감이 있어도 저녁에 밥 짓지 않네. 팔다리는 그럭저럭 놀리지만 마음대로 걷지는 못한다네. 너른 들판엔 늦가을 바람이 매서운데 저물녘 슬픈 기러기는 어디로 가나? 고을 원님이 어진 정치를 하고 사재(私財)로 백성 구휼한다기에 관아 문으로 줄지어 가 끓인 죽 우러르며 앞으로 나서네. 개돼지도 버리고 돌아보지 않을 것을 사람이 엿처럼 달게 먹는구나. 어진 정치는 기대도 않았고 사재 털기도 기대치 않았네. 관아의 재물은 꽁꽁 숨겼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