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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

억새 뿌리에 기생하는 야고(野孤)다. 남쪽 금오도에서 만났다. 기생식물로는 겨우살이, 수정난풀, 야고 등이 있다. 야고는 노란색 줄기에 보라색 종 모양의 꽃이 핀다. 꽃이 옛날 할아버지들이 피우시던 담뱃대를 닮아 담배더부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억새와 야고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가을에 피는 꽃은 억새 무리 속에 있어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야고는 주로 남쪽 지방에서 자란다고 하지만, 앞으로 억새밭을 만나면 보라색 꽃이 숨어 있지나 않은지 살펴보게 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13.10.15

삶은 단순하고 내 몸은 튼튼하니까

이름난 현사(賢士)의 수사학적 명언보다 평범한 사람의 보통 말에 감동할 때가 있다. 필리핀 시골 마을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기잡이하며 살아가는 어부가 자신의 행복을 이렇게 표현했다. "삶은 단순하고 내 몸은 튼튼하니까요."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여행 프로그램에서였다. 인류가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는 건 고작 100여 년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 대부분 기간은 농경을 중심으로 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다. 삶은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고, 이웃과의 관계는 따스했다. 서로 도우며 상부상조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는 부족한 게 많았을지라도 현대적 의미의 가난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풍족해도 과잉 욕망과 상대적 결핍이 빈곤을 생산한다. 필리핀 어부가 한 말 속에 ..

참살이의꿈 201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