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5 3

산국(2)

빈 들판에 노란 산국(山菊)이 핀다. 너도나도 잎을 떨구거나 누렇게 시들 때 늦게서야 꽃을 피우는 게 산국이다. 인고의 꽃이고, 인내의 꽃이다. 어떤 효험이 있음을 믿어서일까, 사람들은 노란 꽃을 꺾어 말려서 국화차를 마시거나, 베갯속에 넣어 긴 밤의 동반자로 삼고자 한다. 가을이 짙어가면 산들에는 산국 향기 그윽해진다. 시인이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빈들의 색시여!'라고 영탄한 바로 그 꽃이다. 들녘 비탈진 언덕에 네가 없었던들 가을은 얼마나 쓸쓸했으랴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 이름도 모를 풀 틈에 섞여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빈들의 색시여 갈꽃보다 부드러운 네 마음 사랑스러워 거칠은 들녘에 함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 한아름 고이 안고 돌아와 화병에 너를 ..

꽃들의향기 2013.10.25

난설헌

너무 영민하고 너무 감성적이어서 시대와 불화했던 여인 허초희(許楚姬, 1563~1589), 스스로 지은 난설헌(蘭雪軒)이라는 호 그대로 그녀는 눈 속에 핀 한 송이 난초였다. 부모와 형제의 사랑을 받으며 자유로운 가풍에서 성장한 그녀는 손곡 이달에게 시를 배웠고, 여덟 살 때 '백옥루상량문'을 지어 일찍이 천재성을 보였다. 그러나 열다섯 살 때 안동김씨 가문의 김성립과 혼인하면서 시어머니와의 갈등, 남편과의 불화로 삶이 삐걱댔다. 더구나 제 손으로 키워보지도 못한 어린 두 자식을 일찍 여의고 나서는 생의 의욕마저 상실했다. 문학에의 열정도 그녀를 구원하지 못했고,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불행한 삶을 마감한 비운의 여인이 되었다. 은 최문희 작가가 쓴 허난설헌의 일대기로 혼불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난..

읽고본느낌 2013.10.25